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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타결> 개방 앞둔 이란 시장 한국기업에 ‘블루오션’ 될까

<이란 핵타결> 개방 앞둔 이란 시장 한국기업에 ‘블루오션’ 될까

입력 2015-07-14 16:58
업데이트 2015-07-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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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 타결로 이란 시장에 대한 전세계의 기대가 급격히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당연히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겼다.

인구가 8천만으로 중동 최대의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풍부한 원유와 광물자원 수출이 본격화하면 구매력도 충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방의 제재 때문에 노후화한 생산 설비를 개선하거나 교체하고,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플랜트 프로젝트 발주 규모만 1천600억 달러라는 예상치도 나온다.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이 올해 2월 작성한 이란 시장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에 유망한 분야는 철강, 석유화학, 조선·해운, 건설·플랜트, 자동차·자동차 부품, 보건·의료 등이다.

◇제재 이후 한국 진출 급감

한국이 서방의 제재에 동참한 이후부터 대(對) 이란 교역 규모는 침체했다.

2011년 174억달러였던 교역액은 2013년 100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의 수는 2010년 3천여곳에서 2013년 2천여곳으로 30% 정도 줄었다.

한국의 대이란 투자도 2008년 1천30만 달러에서 2012년엔 1만2천달러에 그쳤고 건설·플랜트 분야는 2009년 이후 한국 기업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한국이 이란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과 유럽 기업이 그 자리를 메웠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시민단체 이란핵반대연합(UANI)이 이란에 직접 판매를 계속하면 미국에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하자 2011년 11월 이란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란의 국내 자동차 조립라인을 차지한 곳은 프랑스 푸조, 르노, 시트로앵과 일본 닛산, 마쓰다를 비롯해 중국 트럭·중장비 회사다.

이란의 한 관리는 연합뉴스에 “한국 기업이 철수하면서 잃었던 시장 점유율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으로선 제재 동참으로 끊어진 거래처를 다시 복원하고 빼앗긴 점유율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

◇”기회 많지만 절대 만만하지 않아”

”장사를 좀 한다하는 세계 상인들과 다 거래해 봤는데 유일하게 이란에서만 적자를 봤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중동에서 30여 년간 성공적으로 무역업을 해 온 한 중견 한국인 사업가는 제재 해제 뒤 이란 시장의 가능성을 묻자 이런 대답을 내놨다.

아랍, 인도, 중국 상인과 거래에선 ‘재미’를 봤지만 이란 상인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한국인의 성격이 급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을 잘 아는 이란 상인들이 이 점을 잘 이용하는 것 같아요.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김승욱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장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김 관장은 “이란 시장이 개방됐다고 해서 우리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외국 시장과 비슷하리라 생각하고 막연한 기대로 진출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자·가전은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란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품질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는 제재 해제가 반갑지만은 않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제 제재가 풀리면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기도 하겠지만 제재로 제한됐던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점유율이 높은 전자·가전 분야는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의미 바뀐 ‘저항경제’…이란 내 생산 중요

2012년 서방의 제재 강화 이후 이란 정부가 경제 정책에서 내세운 구호는 ‘저항경제’였다.

제재로 외국과 교역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서방의 압박에 굳건히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이란에서 저항경제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땐 반(反)서방 보수진영에서 사용했지만 최근엔 중도노선의 현 이란 정부의 용어가 됐다.

핵협상으로 서방과 경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현 정부는 저항경제를 자급자족이 아니라 자국 산업 보호라는 의미로 쓴다.

김승욱 테헤란무역관장은 “이란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국내 생산”이라며 “(완제품 수입보다) 국내 생산으로 실업을 해결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테헤란 현지 취재 중 만난 이란 경제 관료들도 제재 이후의 사업 기회에 대해 ‘교역’보다 ‘투자’를 모두 강조했다.

즉, 개방될 이란 시장에 물건만 팔려 하지 말고 이란에 투자하고 기술을 이전해야 성공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이 때문에 이란은 제재 해제 뒤 수입되는 완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철강 수입품의 경우 관세가 5%에서 올해 10%로 뛰었고 조만간 15%까지 오를 예정이다.

발리올라 아프카미 이란 산업·통상 차관 겸 이란 무역진흥공사(ITPO) 사장은 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완제품만 수출하려고 한다며 불만을 나타낸 뒤 “한국산 전자제품 완제품에 대한 관세를 배로 올려 판매가격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 관장 역시 “이란은 완제품 수입 관세를 올려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망 분야로 꼽히는 건설·플랜트 역시 기술만 갖고는 수주하기 어렵다는 게 현지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란 정부재정이 저유가와 제재로 어려운 상황인만큼 자금 조달계획까지 확실히 제시하는 곳이 공공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란에 진출한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이란과 가까운 중국은 제재 해제만을 기다리며 정부차원에서 엄청난 자금을 이미 준비한 것으로 안다”며 “판은 크게 벌어지겠지만 자금 동원력이 약한 한국 건설업체에 돌아가는 파이는 기대보다 작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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