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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바빠지는 스페인 ‘복권 세탁업자들’…권력자들도 고객

성탄절에 바빠지는 스페인 ‘복권 세탁업자들’…권력자들도 고객

입력 2015-12-23 16:38
업데이트 2015-12-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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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 감추고 탈세위해 당첨복권 웃돈 주고 사

세계 최대의 당첨금이 걸린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복권 추첨일인 12월 22일이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튼튼한 서류가방을 든 정체불명의 남녀들이 이날 스페인 전역의 술집과 복권 판매점, 은행 지점 주변 등을 조심스럽게 돌아다닌다.

이들이 손에 든 가방 속엔 현금이 가득 들어 있다.

이들은 1등의 별칭인 ‘엘 고르도’(뚱보)나 그보다 상금이 작은 등수에 당첨된 사람들은 아니다.

올해 총상금은 422억4천만유로(약 2조8천억 원)에 달한다.

오히려 당첨자를 찾아 내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다. 이들은 이른바 ‘복권 세탁업자’다.

이들은 고액 당첨자에게 웃돈을 주고 복권을 사들인 뒤 이문을 얹어 자신의 고객들에게 되판다.

웃돈은 통상 당첨금 액면가의 20%를 웃돈다.

엘고르도 복권은 당첨금 2천500유로 이상인 금액에 대해 20%의 세금이 원천징수된다.

업자에게 당첨 복권을 팔면 원래 당첨자는 적어도 40%의 돈을 추가로 버는 셈이어서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다.

복권 세탁업자의 고객은 검은 돈의 출처를 세탁해 바꾸고 탈세하려는 범죄조직이나 권력자, 부유층 등이다.

23일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 온라인판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복권, 특히 크리스마스 복권이 오래 전부터 돈세탁과 탈세 등에 활용되고 있다.

베테랑 세무공무원인 호세 마리아 펠라에스 씨는 “복권엔 ‘꼬리표’가 없어 거래 장면을 현장에서 포착하지 못하면 불법행위를 잡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고 이 신문에 밝혔다.

그럼에도 간혹 당국에 이같은 검은 거래가 포착되는 일이 있다.

집권 우파 국민당(PP)의 당수까지 지낸 카를로스 파브라 전(前) 카스테욘주 주지사는 당첨금이 큰 복권에 10년 동안 9번이나 당첨됐다.

그러나 뇌물수수 등으로 쌓은 검은 돈을 세탁하기 위해 업자로부터 남의 당첨 복권을 사들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져 현재 옥살이를 하고 있다.

2011년엔 또다른 국민당 소속 정치인 엔리케 크레스포가 걸렸다.

당시 발렌시아주의 소도시 시장을 지낸 크레스포가 크리스마스 복권 2등에 당첨됐다며 동료들과 즐거워하는 모습이 지역 TV로 방송됐다.

당시 다른 부패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던 크레스포에 대해 지방검찰청 검사가 의심을 품고 바로 그를 소환해 조사했다.

크레스포는 1등 당첨 복권을 1장만 업자에게서 사들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100장을 사들였고 99장을 숨겨놓았음을 밝혀냈다. 100장의 당첨금 총액은 1천230만 유로(약 158억 원)였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마드리드 지역 정치인 6명을 포함해 51명을 부패와 독직 등 혐의로 체포할 당시 수사에서 46세의 한 사업가는 16개월 동안 8차례나 복권에 당첨돼 총 25만7천유로(약 3억3천만원)을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복권 세탁에는 위험이 있어 거액의 검은 돈을 숨기고 탈세를 하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다.

20유로짜리 복권 1장(1 데시모)을 혼자 사서 1등에 당첨되면 당첨금이 40만유로다. 또 여러 사람이 이 1데시모를 함게 사서 연명으로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

100~200만유로 이상의 거액을 복권 세탁하려면 거래를 알게 되는 사람이 많아지고 위험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엄청난 거액은 해외 비밀계좌 예치 등의 방법이 선호되지만 복권은 스페인에서 여전히 돈세탁의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당첨 복권을 업자에게 판매한 사람 역시 위험 부담이 있다.

거액일 경우 당연히 은행에 출처를 밝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수 있고, 세무 당국이 포착하면 세금 외에도 당첨금의 절반이 넘는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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