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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신흥국들 줄줄이 긴급자금 요청…30여년만에 최대 위기

자원 신흥국들 줄줄이 긴급자금 요청…30여년만에 최대 위기

입력 2016-02-03 08:18
업데이트 2016-02-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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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을 중심으로 자원 신흥국들이 줄줄이 국제 금융기관에 긴급 자금을 요청하거나, 지원 요청을 검토하면서 관련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80년대 유가 파동으로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겪었던 산유국들이 30여 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3일 국제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세계은행(WB)과 아프리카개발은행(ADB)에 35억 달러의 긴급자금 대출을 요청했다.

또 다른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만나 이달 4일까지 긴급 자금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지원 규모는 40억 달러로 알려졌다.

◇ 나이지리아·아제르바이잔 ‘환율방어→자본통제→긴급자금’

나이지리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모두 유가 하락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자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환율 방어에 나서다 결국 긴급 자금을 요청해야 하는 처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재정수입의 70%, 수출의 75~90%를 원유산업에 의존하는 세계 6위 원유수출국이다.

그러나 올해는 석유에서 충당하는 재정수입이 33%대로 급감하고, 재정적자는 150억 달러로 GDP의 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지리아의 통화인 나이라의 가치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2014년 10월 이후 21% 가량 절하되자 당국은 비은행권 환전상에 달러 매도를 금지하는 자본통제를 단행했다. 또 생필품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자본유출에 외환보유액은 1년 전 500억 달러에서 현재 282억 달러로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중앙아시아 3대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자국 통화인 마나트화 가치가 폭락하며 사회 불안 위험까지 커지자 지난달 해외송금시 거래액의 20%에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통제에 나섰다.

아제르바이잔은 재정수입의 75%, 수출의 95%를 원유와 가스에서 벌어들인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재정적자는 2014년 GDP의 0.4%에서 작년 9.5%로 급증했고, 작년 12월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면서 마나트화는 30% 이상 폭락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은행 지점의 환전거래를 제한하고 암시장의 조성을 막고자 사설환전소도 폐쇄했지만, 결국 국제사회에 손을 빌려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 1980년대 디폴트 악몽 재현…외환 빠르게 고갈

산유국들이 연이어 국제 금융기관에 지금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가 파동으로 대다수 신흥 산유국이 줄줄이 쓰러졌던 1980년대 디폴트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주요 신흥 산유국 25개 국가 중 17개 국가가 1982년부터 1991년까지 최소 1회 이상의 디폴트를 겪었다. 이는 전체 주요 신흥국의 68%에 달하는 수준이다.

당시 대다수 신흥 산유국의 외환보유액은 10년간 60% 이상 축소되며 빠르게 감소했다. 나이지리아의 외환보유액은 1980년에서 1980년대 말까지 93%가량 급감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건전성의 지표 중 하나로 해석돼 지금처럼 통화가치가 빠르게 하락할 때 이를 완충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세수 감소와 외화 채무 증가에 이어 외환보유액마저 빠르게 줄어들면서 산유국들에 대한 우려는 확대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년간 53% 급감했고, 나이지리아의 외환보유액도 17% 감소했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은 각각 40.8%, 9.5% 줄었다.

외환보유액 대비 정부외채 비중이 100%를 넘는 국가(2014년 기준)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이 꼽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여전히 산유국들의 외환보유액은 과거보다 크게 높은 편이나 이미 일부 국가에서 흐름이 빠르게 반전되고 있다”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글로벌 요인에 민감한 투자 포트폴리오 자금 흐름에 신흥국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투자금이 대외 충격에 대규모로 빠져나가면 부채 부담이 높아져 상당히 취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다음 취약국…베네수엘라, 브라질, 에콰도르

전문가들은 다음 취약국으로 베네수엘라, 브라질, 에콰도르, 앙골라 등을 지목하고 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아제르바이잔에 이어 독립국가연합(CIS) 주변국과 여타 산유국들의 구제금융 요청 및 자본통제가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베네수엘라, 브라질, 에콰도르 등이 긴급 자금지원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CNBC에 따르면 에너지 어스펙트의 암리타 센 석유 애널리스트는 베네수엘라와 앙골라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금융붕괴 직전 상황이고, 앙골라는 이보다 상황이 덜 심하지만 역시 위험 대상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알제리, 이라크 등을 지목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카르스텐 프리치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도움이 필요한 다음번 첫 국가로 베네수엘라를 꼽았다.

그는 그럼에도 많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며 다음번을 예측하는 것은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제했다.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OPEC에 줄기차게 감산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자고 주장해왔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성장률이 18%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공식 인플레이션은 141%지만, 올해 실제 인플레율은 7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RBC캐피털은 취약 5대 산유국으로 알제리,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를 꼽은 바 있다.

이라크는 이미 작년 IMF로부터 긴급 차관 8억3천300만 달러를 지원받았으며, 나이지리아도 세계은행 등에 긴급 자금을 요청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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