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정치적 사형 선고 본 뒤 미국에 투항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 링완청(令完成)이 미국 정보기관에 중국의 핵무기를 포함한 최고 국가 기밀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 중문판은 4일 미국 보수매체 ‘워싱턴 프리비컨’을 인용해 링완청이 미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에 중국 정부의 최고 기밀들을 제공했으며, 기밀 가운데 핵무기 가동 시스템과 그 비밀 번호에 대한 정보들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프리비컨의 에디터 빌 거츠는 3일 이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정보기관 내부 소식통의 말을 빌려 미국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링완청을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하면서 중국 국가기밀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 요원은 링완청이 제공한 중국 국가기밀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입수한 30년만의 최대 정보여서 미국이 ‘횡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후진타오의 오른팔’로 불리던 링지화 전 부장은 공산당 핵심 인물로 승승장구했지만, 2012년 3월 아들이 뇌물로 받은 페라리 승용차에 나체의 여성들을 태우고 운전하다 사고를 내 사망한 뒤부터 입지가 좁아졌다. 결국 2014년 기율 위반 혐의로 체포돼 낙마했다. 링완청은 신화통신 기자 출신 사업가로 형 링지화의 ‘특사’ 역할을 하며 정경유착에 앞장서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가장 많이 아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링완청은 링 전 부장이 체포된 직후 2700여 건의 국가 기밀 자료를 들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현재 그는 중국 특수요원들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 요원들의 미국 내 활동을 실제로 확인하고 링완청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 보호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과 미국 정보기관들은 링완청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일부 관리들은 링지화가 지난해 7월 공직·당적을 모두 박탈하는 ‘쌍개’(雙開) 처분을 받자 링완청이 미 당국에 투항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링완청을 송환하기 위해 끊임없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멍젠주(孟建柱) 중국 공산당 중앙 정법위원회 서기는 지난해 9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제이 존슨 미국 국토안보부(DHS) 장관에게 링완청의 송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 RFI는 작년 12월 홍콩 잡지 ‘쟁명(爭鳴)’을 인용해 링 전 부장이 빼낸 기밀 중에는 중난하이(中南海)의 지형과 경비 편제 및 절차, 비밀 초소, 통신 암호는 물론 돌발사건 발생시 당·정·군 핵심 기관 간 분담 역할과 관계 등이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베이징(北京)의 중난하이는 중국 지도자들의 거처와 핵심 권력 기관들이 몰려 있는 중국의 권부이다.

　이밖에 전쟁 발발시 핵무기 사용을 비롯한 중국의 대응에 대한 당 중앙과 중앙 군사위 간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핵심 기밀도 들어있다는 것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