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할·장애 등 편견 깨고 전자결제 등 변화상 반영

유모차를 밀며 아기를 돌보는 주부 아빠와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 든 직장인 엄마 레고. 지폐 대신 카드를 사용해 ‘은행’ 역할이 필요없는 모노폴리 게임.

레고와 모노폴리, 바비인형 등 오랫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난감들이 21세기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신에 나섰다.

성역할이나 장애 등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전자결제가 보편화한 현실을 반영하는 등 달라진 사회상과 생활방식에 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다.

28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최근 뉴욕 장난감 박람회에서 공개된 새 ‘레고 시티라인’ 세트에 주부 아빠와 직장인 엄마 캐릭터 인형이 등장했다.

수염난 얼굴을 하고 빨간색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아빠 인형은 한 손으로는 아기가 탄 유모차를 밀고, 다른쪽 손에는 젖병을 든 모습으로 소개됐다. 옆에는 출근하려는 듯 바지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을 든 엄마 인형이 서 있다.

주요 외신들은 올해 여름 출시 예정인 이 새 레고 인형에 대해 “힙스터(주류 문화에 따르지 않고 고유한 패션과 문화 취향을 선호하는 부류) 주부 아빠가 등장했다”며 반겼다.

레고는 지난달에는 휠체어를 타고 안내견과 함께 있는 모습의 인형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실 레고는 몇 년 전까지도 전통적인 성역할을 답습한 인형 캐릭터만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 2014년 내놓은 여성 과학자 세트가 완판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자 이후 적극적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소렌 토르프 라우르센 레고시스템스 회장은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상과 발을 맞춰갈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고객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 주변 세계를 충실히 그려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드게임 ‘모노폴리’도 최근 게임에 사용되는 ‘지폐’를 없애는 변화를 시도했다.

신용카드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하는 등 현금 거래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해 전통적 방식의 종이돈 대신 전자결제를 도입한 것이다.

국내 인기 보드게임 ‘부루마블’의 원조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이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주사위를 던져 게임판 위의 말을 움직이면서 땅을 사들이고 집이나 호텔 등 건물을 지어 통행료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에서 모든 거래는 게임 안에서 통용되는 종이돈 ‘모노폴리 머니’로 이뤄지는데 보통은 플레이어 가운데 한 사람이 은행장 역할을 맡아 돈을 관리한다.

모노폴리의 제작사인 해즈브로는 바로 이 게임 속 종이돈을 없앤 새 버전인 ‘모노폴리 얼티미트 뱅킹’(Monopoly Ultimate Banking Game)을 개발,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얼티미트 뱅킹’의 플레이어들은 종이돈 대신 신용카드처럼 생긴 플라스틱 카드를 리더기에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거래를 한다.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통행료를 주고받는 것 모두 이 카드로 가능해 종이돈과 이를 관리할 은행장 역할이 더는 필요 없게 됐다.

2007년에도 종이돈을 없앤 ‘전자 은행’ 모노폴리를 출시한 적이 있지만 ‘얼티미트 뱅킹’은 각종 거래뿐만 아니라 ‘찬스’나 ‘이벤트’ 등 특별 코너도 전자 결제로 이뤄져 더 정확하고 빠른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고 해즈브로는 설명했다.

엔가젯과 마켓워치 등 외신들은 새 모노폴리에서는 현대사회의 실제 생활처럼 거래하게 됐으며 종이돈을 잃어버리거나 은행장이 ‘꼼수’를 부릴 우려도 함께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밖에 미국 완구업체 마텔은 자사 대표 상품 바비인형을 키가 작거나 크고, 통통한 3가지 다른 체형으로 만들어 3월부터 판매한다.

바비인형은 원래 ‘금발과 푸른 눈에 날씬한 몸매’를 가진 모습으로 제작돼 미의 기준을 왜곡하고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마텔은 지난해 피부색과 눈동자색, 헤어스타일을 다양화하는 등 바비에 변화를 줬다. 이 회사는 앞으로 4종의 체형에 7종의 피부색, 22종의 눈동자색, 24종의 헤어스타일로 바비를 생산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