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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硏 美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지원중단 논란

대외경제정책硏 美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지원중단 논란

입력 2018-04-09 14:52
업데이트 2018-04-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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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회 소장 등 퇴진요구에 반발…“운영 책임론” vs “개입 부당”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지원을 중단키로 한 걸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KIEP측이 지원중단 명분으로 회계 투명성 등 운영상 문제를 그 주요 이유로 제시한 가운데 USKI측에서는 구재회 소장 교체 등 ‘인적 청산’을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USKI 측에선 청와대 특정인사의 개입 의혹도 제기한다. 미 국무부 북핵특사 출신인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도 “한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구 소장에 대한 교체 압력을 받았다”며 ‘학문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USKI는 6·25 참전용사이자 워싱턴포스트(WP) 국제문제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남북관계를 다룬 ‘두 개의 한국’ 저자인 고(故) 돈 오버도퍼 교수가 2006년 SAIS 부설로 설립한 싱크탱크이다. 이어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 정책 특별대표가 2대 이사장을 맡았고, 갈루치 이사장이 지난해 6월 그 바통을 넘겨받았다.

구 소장은 오버도퍼 이사장 시절부터 USKI 소장을 10년 이상 맡아왔다. USKI는 북한전문사이트인 ‘38 노스’도 운영한다. 국무부 관료 출신으로, 북한 측과 반관반민 1.5트랙 대화에 참여했던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 등이 그 멤버이다.

논란은 지난달 29일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회가 자금 지원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표면화했다. USKI에 연간 20억원의 자금을 직접 제공하는 기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지만 이 연구원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거슬러가보면 2014년 당시 정무위 야당 간사였던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USKI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20대 국회에선 여당 정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관련 문제 제기를 주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회가 지난해 8월 여야 합의로 ‘2018년 3월까지 불투명한 운영상황을 개선하고 이를 보고하라’는 부대 의견을 달아 20억 원 예산 지원 안건을 통과시켰으나, 그 이후 USKI측이 제대로 된 사업내역 보고서와 개선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회가 예산지원의 조건으로 구 소장 교체를 갈루치 이사장에게 요구했다는 게 KIEP 등의 설명이다.

그러나 USKI 측은 여권이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교체하기 위해 ‘싱크탱크 물갈이’에 나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구 소장이 ‘안식년 형태로 퇴진하겠다’는 절충안을 냈지만 KIEP 측이 38노스 편집장인 제니 타운 부소장의 동반교체까지 요구했으며, 갈루치 이사장이 구 소장 교체를 계속 반대하자 예산지원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USKI 측은 현재 갈루치 이사장 명의의 성명 발표 등 후속 대응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타운 부소장은 지난 5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정부, 특히 권력 남용을 뿌리 뽑겠다는 진보 정부의 타깃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글을 남겼다.

갈루치 이사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 인사들로부터 구 소장 해임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갈루치 이사장이 “이번 사태가 ‘청와대의 한 사람’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된 데 이어, 그와 관련해 구 소장 등 USKI 측은 김 원장의 현역시절 보좌관을 지낸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을 지목하며 ‘청와대 개입설’까지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이재오 전 의원 등 구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구 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여권 인사들도 방문연구원이었거나 현재 그 자격으로 있다는 점을 들어 자신을 ‘친(親) 구여권 성향 분류’에 반박한 바 있다.

USKI 지원중단 논란으로 워싱턴DC의 외교가와 싱크탱크 주변도 어수선하다.

특히 지난해 10월 방한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해온 갈루치 이사장이 우리 정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공교롭게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파장이 작지 않다.

미 싱크탱크들에선 “코드인사를 통한 맞춤형 여론조성 시도”, “학문의 자율성 및 독립성 침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면 한국 측으로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7일(현지시간) “이 정권은 6명의 고위 공직자를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으로 감옥에 보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학문의 자유 침해 및 검열 논란을 제기하는 글을 썼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도 트위터에 “다시 한 번 한국 진보 정권의 폐쇄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공공외교팀까지 신설하며 ‘공공외교’에 의욕을 보여온 주미 한국대사관도 조윤제 대사가 갈루치 이사장에게 구 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에서 “조 대사는 지난 2월 26일과 지난 5일 두 차례에 걸쳐 갈루치 이사장과 오찬을 함께했으나 구 소장의 퇴진을 요구한 바 없다”며 “지원 중단 결정 이후 KIEP의 통보 서한 전달을 앞두고 지난 3일 대사관 관계자들이 갈루치 이사장을 면담, 사전에 설명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태로 USKI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된 가운데 이곳과 함께 정부 지원을 받는 한미경제연구소(KEI)도 도널드 만줄로 소장의 퇴임이 결정되면서 후임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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