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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웅’에 “이제 좀 쉬시라” 명령 내린 대만 총통

‘코로나 영웅’에 “이제 좀 쉬시라” 명령 내린 대만 총통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6-08 14:08
업데이트 2020-06-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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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스중 대만 중앙전염병지휘센터 위생부장(보건장관). 2020.5.6  EPA 연합뉴스
천스중 대만 중앙전염병지휘센터 위생부장(보건장관). 2020.5.6
EPA 연합뉴스
대만의 ‘코로나 영웅’ 천스중 위생부장(보건장관)에게 총통의 ‘휴식 명령’이 내려졌다.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쪽잠을 자며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한 천 부장에게 이제 가족과 자신을 돌보라며 차이잉원 총통이 휴식을 강력히 권고한 것이다.

차이 총통은 7일 밤 페이스북에 “8주 연속 대만 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오늘부터 ‘방역 신생활’이 정식으로 시작된다”면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어 방역 관련 제한을 순차적으로 완화해 대만은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뗐다”고 밝혔다.

대만, 누적 확진자 443명…‘방역 신생활’ 단계 이행
차이 총통은 중앙전염병지휘센터 수장인 천 부장을 ‘아중(阿中) 부장’이라 부르며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중화권에서는 상대방의 이름 끝 자에 ‘아(阿)’를 붙여 친근함을 나타낸다.

차이 총통은 “보건복지부의 ‘아중’ 부장과 동료들이 최근 밤낮으로 자리를 지켰고, 이제는 반드시 쉬면서 가족을 챙길 때”라면서 “이것은 총통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방역 모범 사례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8일 현재 인구 2300명인 대만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43명에 불과하다. 사망자는 7명으로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이 현재진행형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세계 다른 주요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역에 성공했다.

사스 잊지 않고 전염병 대비…발빠른 입경 제한·마스크 실명제
이 같은 성공적인 방역에 천 부장의 공로가 크다는 점은 이견이 없다.

치과의사 출신인 천 부장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확산 지역을 대상으로 신속히 입경 제한 조치를 내렸고 방역을 강화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적잖은 피해를 봤던 경험을 잊지 않고 전염병 대응 체계를 정비한 덕분이다.

1월 23일 중국이 우한을 긴급 봉쇄하자마자 전염병지휘센터는 곧장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다.

‘마스크 대란’ 조짐이 보이자 모든 마스크를 약국에서만 유통되도록 하고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한 ‘마스크 구입 실명제’ 조치도 발 빠르게 시행했다. 마스크 관련 조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만에서 시행됐고, 다른 여러 나라에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성공적인 방역 대책은 중앙전염병지휘센터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방역에 따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천 부장의 대만 내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

최근 친대만국책싱크탱크 여론조사에서 천 부장의 지지율은 93.9%로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양안(대중국) 정책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며 지지를 얻은 차이 총통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이다.
대만 ‘코로나 영웅’ 사무실엔 간이침대
대만 ‘코로나 영웅’ 사무실엔 간이침대 대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처를 총괄하는 천스중(陳時中) 위생부장(보건장관)이 지난달 19일 타이베이 사무실에 서 있다. 그의 뒤로 놓인 ‘간이침대’가 보인다. 2020.6.8
차이잉원 대만 총통 페이스북
천 부장은 ‘지휘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센터에서 거의 숙식을 하다시피하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했다.

우리나라 중앙 행정부처의 국장실 정도 되는 크기의 사무실 책상 뒤에는 바퀴가 달린 간이침대가 놓였다.

차이 총통은 집권 2기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달 19일 전염병지휘센터의 천 부장 방을 찾아가본 뒤 “천 부장은 잠을 조금밖에 자지 못하고, 그나마도 지휘센터에서 쪽잠을 잔다. 정말 감탄하고 감동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밤낮 없는 업무 수행에 겸손한 태도로 압도적 신뢰받아
이렇게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 겸손한 태도 역시 시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천 부장은 지난 20일 센터 동료들과 함께 차이 총통의 2기를 여는 취임식 행사에도 초대받았다.

차이 총통이 취임 연설 중 특별히 ‘방역 영웅’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해 청중에게 박수를 청할 천 부장은 자신은 계속 앉은 채 주변 동료들만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차이 총통은 웃으며 “모두 일어서시라”고 말했고 그때서야 천 부장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동료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받았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앞줄 가운데)이 지난달 19일 타이베이 전염병지휘센터를 방문해 천스중(陳時中) 부장(앞줄 왼쪽 두번째) 등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0.6.8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앞줄 가운데)이 지난달 19일 타이베이 전염병지휘센터를 방문해 천스중(陳時中) 부장(앞줄 왼쪽 두번째) 등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0.6.8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대만 당국은 성공적인 방역 이후 ‘방역 신생활’ 단계로 이행하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차이 총통은 “방역 신생활이 시작돼 문밖에 나가는 일이 많아지더라도 깨끗이 손 씻기, 사회적 거리 유지, 마스크 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달라”며 “모든 이가 노력할 때 방역 성과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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