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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여학생 대중 앞 노래 금지…비난 폭발에 지침 번복

아프간 여학생 대중 앞 노래 금지…비난 폭발에 지침 번복

김태이 기자
입력 2021-03-13 11:07
업데이트 2021-03-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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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MySong’ 해시태그 운동…“탈레반 시절로 회귀하냐?”

아프가니스탄 교육 당국이 12세 이상 여학생들이 공공 행사나 이벤트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가 비난이 폭발하자 결국 번복했다.

아프간의 여성과 인권단체들은 “탈레반 시절로 회귀하자는 거냐?”며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 ‘#IAmMySong’ 해시태그 달기 운동과 함께 노래하는 동영상을 속속 올렸다.

13일 AP통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아프간 교육부가 수도 카불 지역 학교에 12세 이상 여학생의 공공 행사 등 대중 앞 노래 부르기를 금지하라는 지침을 보낸 서한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아프간 학생들은 종종 공공 행사나 의식에 초청돼 노래를 부른다.

과거 1996년∼2001년 탈레반 집권 당시 노래 부르기와 음악 감상이 금지됐었다.

특히, 탈레반은 여학생 등교와 취업을 금지했고,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 등으로 여성의 삶을 강하게 규제했고, 당시 성폭력과 강제 결혼이 횡횡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아프간 여성의 인권은 바닥이고,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테러 표적이 되고 있다.

아프간의 거의 모든 학교는 남학생과 여학생을 분리해서 수업한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 여학생 가운데 220만명이 여전히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고, 문맹률도 매우 높다.

교육 당국 지침이 공개되자 여성·인권단체는 “탈레반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아프간국립음악원 창립자인 아흐맛 사르마스트는 “아이들은 소년이든, 소녀든 (노래할) 권리가 있다. 당국자들이 이를 알게 만들자”며 온라인에서 ‘#IAmMySong’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시작했다.

여성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에 해시태그를 달고 “우리의 목소리를 억누르지 말라”고 SNS에 게시물을 퍼뜨렸다.

인권 단체들은 12세 이상 여학생의 대중 앞 노래 부르기 금지 지침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사태가 커지자 아프간 교육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 대변인은 “많은 학부모가 딸이 공개 행사에서 공연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일부 학생들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불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침 작성에 실수가 있었다”며 “본래 목적은 여학생들 노래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생들의 공공 행사 참석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 당국은 카불 학교들에 중학교 이상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 학교 밖 음악 활동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새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인권 단체들은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충격적 지시”라고 더 크게 반발했다.

이에 카불 교육감은 “전국 모든 학교의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가족의 허락을 받으면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며 지침을 번복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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