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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북한 “단교, 문 닫는다” 말레이 “그래? 48시간 내 떠나라” [이슈픽]

‘분노’ 북한 “단교, 문 닫는다” 말레이 “그래? 48시간 내 떠나라” [이슈픽]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3-19 20:40
업데이트 2021-03-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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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단교 선언에 말레이, 北대사관 폐쇄조치 맞불 대응

말레이 “북, 단교 결정 깊은 유감” 공식 성명
“北결정, 우호관계 무시…부당·확실히 파괴적”
북, ‘자금세탁’ 北사업가 美 인도에 단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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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말레이시아, 우리 공민 미국에 넘겨…외교 단절”
北 “말레이시아, 우리 공민 미국에 넘겨…외교 단절” 말레이시아 정부가 불법자금세탁을 해온 것으로 미국이 지목한 북한 주민을 미국에 인도하자 북한이 19일 말레이시아와 국교를 단절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19일 성명을 발표 “17일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당국은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하여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서 “만사람을 경악케 하는 이번 사건은 우리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책동과 말레이시아당국의 친미굴욕이 빚어낸 반공화국음모결탁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4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 뉴스1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외교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9일 북한의 단교(斷交) 선언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날 것을 명령하는 맞대응 조치를 단행했다. 또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사실상 폐쇄된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의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김정남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제로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를 당했다.

북한은 불법 자금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자국 국민을 말레이시아 정부가 미국에 인도한 데 대해 “미국에 무턱대고 아부한 말레이시아가 특대형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며 “배후조종자와 미국 역시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때 우호적 관계였던 두 나라는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험악한 독설을 내뱉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내게 됐다.

주말레이 北대사관 “맞다, 문 닫을 것”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북한의 3월 19일 (단교)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비우호적이고, 건설적이지 못하며 상호존중 정신과 국제사회 구성원간의 우호관계를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북한의 일방적 결정은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하는데 있어 부당하고, 확실히 파괴적”이라고 강조했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역시 이날 자국의 단교 선언에 따라 대사관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유성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 대리는 이날 “맞다. 우리는 문을 닫을 것”이라면서 “직원들과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본국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보도했다.

김 대사 대리는 평양의 추가 지시를 기다린다면서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다만, 북한 대사관의 공식 성명이 발표될 것인지 묻자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말레이시아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 대사관은 쿠알라룸푸르 서부 부킷 다만사라(Bukit Damansara) 지역에 있다. 이날 북한 대사관 앞에는 말레이시아 취재진이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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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계 단절 속 말레이시아 주재 北 대사관 진입하는 차량
외교관계 단절 속 말레이시아 주재 北 대사관 진입하는 차량 19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수도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 대사관 구내로 승용차 한 대가 진입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주민을 ‘불법 자금세탁’ 관여 혐의로 미국에 넘겼다며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쿠알라룸푸르 AFP 연합뉴스
2021-03-19
北 “특대형 적대행위 말레이와 단절”
이날 북한 외무성은 말레이시아가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56)씨를 불법 자금세탁 등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사건과 관련해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에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문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해 술과 시계 등 사치품을 북한에 보냈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며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문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 해 12월 인도를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씨의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했다.

외무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성명에서 “17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 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서 “특대형 적대행위를 감행한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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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경찰 “김정남 유가족, 말레이에 시신처리 일임”
말레이 경찰 “김정남 유가족, 말레이에 시신처리 일임” 2001년 5월 일본 나리타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김정남.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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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 직후 김정남 의식 잃은 모습
피습 직후 김정남 의식 잃은 모습 말레이 현지 뉴스트레이츠 타임스가 18일 입수해 보도한 김정남 사진. 피습 직후 쿠알라룸푸르 공항 내 의무실 소파에 김정남이 정신을 잃은 듯 누워있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2017.2.18 [뉴스트레이츠 타임스 캡처 = 연합뉴스]
北 “말레이, 미국에 무턱대고 아부…
배후조종자·美도 응당 대가 치를 것”

외무성은 “문제의 우리 공민으로 말하면 다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 활동에 종사해온 일꾼으로서 그 무슨 ‘불법자금세척’에 관여하였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완전한 모략”이라면서 “(말레이시아가) 그를 입증할 만한 똑똑한 물질적 증거를 단 한 번도 내놓지 못한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또 송환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 법기관의 주요 인물들이 현지 미국 대사의 술좌석에 초청돼 사례금을 약속받고 ‘무장장비 무상제공’ 흥정판까지 벌여놓았다며 말레이시아 당국을 거칠게 비난했다.

이어 “조미(북미) 관계는 70여 년 동안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라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우리 국가의 최대 주적인 미국에 무턱대고 아부하여 죄 없는 우리 공민을 피고석에 앉혀놓은 것도 모자라 끝끝내 미국에 인도함으로써 자주권 존중에 기초한 두 나라 관계의 기초를 여지없이 허물어버렸다”고 질타했다.

외무성은 “쌍방 사이에 초래될 모든 후과에 대한 책임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CTV에 찍힌 김정남 피살 장면
CCTV에 찍힌 김정남 피살 장면 김정남이 암살되던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3층 출발 로비에서 김정남이 독극물 공격을 받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20일 일본 TBS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1번은 밝은색 재킷 차림의 김정남이 당일 오전 9시 무인발권기 앞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2~3번은 용의자 여성이 김정남에게 독극물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4번은 김정남이 공항 관계자에게 고통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 5번은 김정남이 공항경찰들과 공항 2층의 의료시설로 이동 중인 모습. 6번은 김정남이 의료시설로 들어가기 위해 서 있는 모습.
T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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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낸 女용의자 법정 출두
모습 드러낸 女용의자 법정 출두 김정남 암살혐의로 체포된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이 1일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들 2명을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의도를 갖고 살인을 저지르면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연합뉴스
말레이-北,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냉랭
대사 맞추방, 주말레이대사관 폐쇄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 외교 관계를 수립한 후 우호적으로 지냈으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VX신경작용제로 암살당한 뒤 급격히 멀어졌다.

두 나라는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은 폐쇄된 상태다.

쿠말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에는 대사 없이 외교관 2∼3명과 이들의 가족, 행정직원 등 10여명이 현재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단교 결정에 따라 이들은 일시 폐쇄가 아니라 아예 철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외교 전문가는 “북한 직원들이 일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폐쇄’가 아니라 ‘철수’를 하려면 부동산, 집기류 등 정리 때문에 준비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김정남 피살 미스터리
‘그것이 알고싶다’ 김정남 피살 미스터리 출처=SBS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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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외교관까지 연루된 치밀하고 조직적 암살극
北외교관까지 연루된 치밀하고 조직적 암살극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2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 내용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까지 연루되고 범행실행 여성들은 자신들의 손에 독극물을 바른 것을 분명히 알고 수차례 연습까지 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치밀하고 조직적인 암살극으로 파악됐다. 2017-02-22. 연합뉴스
北 항의에 공개 반박하는 말레이 총리
北 항의에 공개 반박하는 말레이 총리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20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종교 및 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나집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 결과를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 AP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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