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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세상 바뀌었다. ‘개고기송’ 멈춰달라”…맨유팬들에 호소한 이유

박지성 “세상 바뀌었다. ‘개고기송’ 멈춰달라”…맨유팬들에 호소한 이유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0-04 10:32
업데이트 2021-10-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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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응원가 속 ‘한국은 개를 먹지’ 가사
최근 상대팀 황희찬 향해 맨유팬들 다시 불러
리버풀 조롱 위한 노래가 황희찬 비하로 불려
“당시엔 어렸고, 받아들여야 할 문화라 생각
…팬들 지금도 고맙지만 이젠 멈춰야 할 때”

박지성, 맨유 팬들 향해 “개고기송 멈춰달라”
박지성, 맨유 팬들 향해 “개고기송 멈춰달라”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박지성이 팬들을 향해 자신의 응원가인 일명 ‘개고기송’을 이제는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은 맨유 시절 박지성.
AFP 연합뉴스
우리나라 국가대표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40)이 맨유 팬들을 향해 일명 ‘개고기송’을 이제는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개고기송은 2005~2012년 맨유에서 활약한 박지성을 응원하기 위해 팬들이 부른 노래다. 이 응원가 가사 중엔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선 개를 먹지. 그래도 임대주택에 살면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는 나아’라는 대목이 있다.

‘노스웨스트 더비’ 상대인 라이벌 리버풀FC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담긴 가사에 한국에 대한 인종차별적 내용이 함께 들어간 셈이다.

박지성이 활약할 당시에도 이 응원가는 박지성은 물론 한국인들에게 불편한 노래였다.

그러나 20대 어린 선수였던 박지성이 유서 깊은 구단의 팬들을 향해 응원가를 멈춰 달라고 호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인종차별적 가사가 담겼다고는 하나 이 역시 자신을 향한 팬들의 응원 방식이라 여긴 박지성이었다.

문제는 이 응원가가 최근 응원이 아닌 조롱과 야유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팬들 향해 감사의 박수 보내는 황희찬
팬들 향해 감사의 박수 보내는 황희찬 2일(현지시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과 뉴캐슬 간 경기가 끝난 뒤 황희찬(울버햄튼)이 팬들을 향해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1.10.3
AP 연합뉴스
최근 맨유 팬들은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와의 경기에서 울버햄튼 소속으로 뛰고 있는 황희찬 선수를 향해 뜬금없이 이 노래를 불렀다.

리버풀을 향한 조롱이나 박지성을 위한 응원이 아닌 황희찬을 비하할 의도가 명백히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맨유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박지성은 4일(한국시간) 맨유의 ‘UTD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개고기송을) 이제는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박지성, 맨유 팬들 향해 “개고기송 멈춰달라”
박지성, 맨유 팬들 향해 “개고기송 멈춰달라”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박지성이 팬들을 향해 자신의 응원가인 일명 ‘개고기송’을 이제는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UTD 팟캐스트’
박지성은 “처음 그 응원가를 들었을 당시에는 매우 자랑스럽게 느꼈다. 팬들이 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라며 “선수 입장에서 자신만의 응원가가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고,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개고기를 먹는다’는 가사에 당시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런 가사가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부분 역시 내가 적응해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어린 나이였고, 잉글랜드의 문화도 몰라서 내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많은 부분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그러나 박지성은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면서 “15년이 흘렀다. 한국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짚었다. 그는 “역사적으로 과거에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은 개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고, 그런 일들은 요즘엔 찾아보기 정말 힘든 아주 오랜 과거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뒤늦게라도 응원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데 대해선 “어쩌면 그 단어에 대해 선수(황희찬)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때 뭔가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은퇴를 한 지 7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도 팬들의 응원가를 들으면 여전히 그라운드에 있는 느낌이 든다. 팬들이 만들어줬다는 사실에 여전히 자랑스럽다”면서도 “그러나 그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유럽에 진출한 어린 한국 선수들에겐 미안함도 동시에 느낀다”라고 말했다.
박지성, 맨유 팬들 향해 “개고기송 멈춰달라”
박지성, 맨유 팬들 향해 “개고기송 멈춰달라”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박지성이 팬들을 향해 자신의 응원가인 일명 ‘개고기송’을 이제는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UTD 팟캐스트’
이어 “지금의 세대는 완전히 다르기에 내가 뛰던 당시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제는 그 단어를 멈춰야 할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박지성은 “물론 맨유 팬들이 당시에 (한국에) 공격적인 의미를 전혀 담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그런 내용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어쩌면 한국인들에 대한 인종적 모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그런 내용이 담긴 노래를 이제는 그만 불러줄 것을 부탁한다. 더 이상 누군가를 응원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히려 더 불편해지는 노래”라고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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