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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공호 생활 탓 회색 얼굴… 먹을 것도 항생제도 없다”

[단독] “방공호 생활 탓 회색 얼굴… 먹을 것도 항생제도 없다”

윤연정, 김소라 기자
입력 2022-04-12 22:24
업데이트 2022-04-1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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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주민 탈출 도운 마르보 국제적십자 대변인, 국내 첫 인터뷰

주민 1000명 자포리자로 빼내
“음식·물·전기 끊겨 세상과 단절
부차·이르핀, 노인 등 약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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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 민간인 호송 작업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호송차량 앞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루실 마르보 ICRC 대변인.  ICRC 제공
마리우폴 민간인 호송 작업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호송차량 앞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루실 마르보 ICRC 대변인.
ICRC 제공
“오랜 방공호 생활로 얼굴이 온통 회색빛이었습니다. 호송 차량에 오르자마자 ‘이제 살았다’며 눈물을 쏟았죠.”

루실 마르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대변인은 지난 8일(한국시간)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목숨을 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주민 탈출작전에 대해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대피와 구호 활동을 펴고 있는 ICRC는 지난 5일 마리우폴과 인근 지역을 빠져나온 주민 1000여명을 자포리자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 전쟁이 시작된 후 ICRC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ICRC 호송팀은 지난 1일 버스 7대를 이끌고 마리우폴 사람들의 탈출을 도왔다. 5일간의 노력 끝에 호송팀은 5일 오전 10시 마리우폴에서 20㎞ 떨어진 베르디얀스크 지역 외곽에 도착했다. 마르보 대변인은 “새벽 5시부터 칼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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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RC는 버스 7대를 이끌고 마리우폴 인근 지역에서 마리우폴 사람들의 탈출을 도왔다. 사진은 지난 5일 베르디얀스크를 떠나는 ICRC 버스와 개인차량 100여대.  ICRC 제공
ICRC는 버스 7대를 이끌고 마리우폴 인근 지역에서 마리우폴 사람들의 탈출을 도왔다. 사진은 지난 5일 베르디얀스크를 떠나는 ICRC 버스와 개인차량 100여대.
ICRC 제공
베르디얀스크를 떠나는 ICRC 버스 뒤를 따른 민간인 차량은 7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포리자에 도착했을 때는 차량 100여대가 거대한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마르보 대변인은 “이들은 보호의 상징인 적십자 엠블럼을 보고 (안심하고) 우리를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마르보 대변인은 마리우폴 사람들 대다수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여성은 대피소에 머무르는 동안 집 문간에 널브러진 시신과 마주해야 했다”면서 “마리우폴은 음식도, 물도 고갈되고 전기도 끊겨 세상과 단절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6주째 포위하고 있는 마리우폴은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됐으며 주민 43만명 중 12만명이 고립돼 있다. 마르보 대변인은 “아스피린 등 항생제부터 시작해 기본적인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철수한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는 민간인 학살 등 처참한 상황들이 목격됐다. 마르보 대변인은 “부차와 이르핀에 진입한 팀원들 모두가 심각한 충격을 받을 정도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됐다”면서 “노인 등 가장 취약한 이들만 남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역에 ICRC가 빠르게 진입해 구호물자를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곳곳에 불발탄이 남아 있어 ICRC는 민간인들의 안전을 위해 표시를 해 두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르보 대변인은 “ICRC는 언제든 크로스라인 오퍼레이션(분쟁 지역에서 ICRC가 인도주의 활동 영역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소통하는 노력)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ICRC는 11일(현지시간) 독일 적십자팀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 세베로도네츠크 대피소에서 질병과 장애 등이 있는 민간인 11명을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다.
윤연정 기자
김소라 기자
2022-04-1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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