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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의 사진으로 남은 돌로미티] 둘쨋날 세체다 평원의 들꽃 잔치

[7장의 사진으로 남은 돌로미티] 둘쨋날 세체다 평원의 들꽃 잔치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6-13 13:32
업데이트 2023-06-17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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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체다 평원의 장쾌함. 사스 리가스 연봉을 시작으로 문테엘라 연봉, 뒤쪽 셀라 산군, 사소 룽고와 사소 피아토, 멀리 스킬리아니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세체다 평원의 장쾌함. 사스 리가스 연봉을 시작으로 문테엘라 연봉, 뒤쪽 셀라 산군, 사소 룽고와 사소 피아토, 멀리 스킬리아니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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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다 리프트 타러 가기 전에 만나는 인생샷 포인트. 임병선 선임기자
페르메다 리프트 타러 가기 전에 만나는 인생샷 포인트.
임병선 선임기자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서부 중심 오르티세이를 기점으로 삼은 여정의 둘쨋날 세체다(해발 고도 2518m)를 올랐다. 12일(현지시간) 아침 10시쯤 오르티세이에서 350번 버스를 타고 산 크리스티나로 향했다. 20분쯤 뒤 버스에서 내리니 한 할머니가 이 버스 타라고 손짓을 한다. 기사에게 물으니 공짜라고 했다. 4년 전에 없었던 셔틀버스 서비스다. 화장실도 훌륭했다.

콜라이저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해 출구로 나오자 10시 25분 무렵이었다. 4년 전에는 6월 6일 아니면 7일 찾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발이 쑥쑥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는데 일주일쯤 뒤인데도 푸르르기만 했다. 2019년 유독히 눈이 많이 내렸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일행은 기억했는데, 그보다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 탓이 아닌가 싶다. 이곳 산장 앞 뿐만 아니라 세체다 전체가 푸르렀고 간간이 에델바이스와 들꽃들이 꽤 요란하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20분 정도 약간 왼쪽 아래 방향으로 걸으면 페르메다 리프트 타는 곳이 나온다. 바로 직전에 사소 룽고와 사소 피아토를 배경으로, 앞에 들꽃 밭을 펼쳐두고 인생샷 건질 만한 장소가 나온다.

만약 오르티세이에서 케이블카 두 노선이 모두 정상 가동했으면 도착하는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스키장에서 흔히 보는 리프트가 운행하고 있었다. 4년 전에는 가동하지 않아 기신기신 눈 쌓인 곳을 기어오르다시피 했는데 돌로미티 슈퍼섬머 카드 덕에 그냥 탄다. 평온한 평원을 거슬러 오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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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체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내려다 본 사스 리가스 연봉과 문테엘라 연봉, 뒤쪽 셀라 산군. 얼음 녹은 물이 아래로 잘 흘러내리도록 연석을 깔았는데 국립공원관리공단 같은 곳에서 그 모양을 눈여겨 봤으면 좋겠다. 임병선 선임기자
세체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내려다 본 사스 리가스 연봉과 문테엘라 연봉, 뒤쪽 셀라 산군. 얼음 녹은 물이 아래로 잘 흘러내리도록 연석을 깔았는데 국립공원관리공단 같은 곳에서 그 모양을 눈여겨 봤으면 좋겠다.
임병선 선임기자
케이블카 탑승장 근처에서 왁자한 소리가 들려온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30여명이 온 산을 뒤흔들어놓고 있었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일행은 ‘우리는 저러지 말아야지’ 속으로 되뇌는 눈치였다.

이곳에서 평원을 내려다본다. 들꽃들이 군데군데 만발해있고 풀밭은 싱그럽다. 널찍하다. 여기저기 다른 요소들이 섞여 있는 전날 알페 디 시우시와 달리 이곳은 너른 들판만 있다. 그리고 멀리 사소 룽고와 사소 피아토, 멀리 스킬리아니까지 모두 내려다 보인다. 장엄하고 장쾌하다.

왼쪽 아래 대각선 방향으로 내려와 오후 1시쯤 트로이어 훗에서 점심을 들었다. 사람들이 많아 안쪽 끄트머리 데크에 앉아 생맥주 300ml부터 주문했다. 세체다 평원에서 가장 높은 사스 리가이스(3025m) 연봉들과 왼쪽 문테엘라(Muntejela, 2643m) 연봉들을 둘러보면서 4명 일행이 요리 하나씩 시키고 생맥주 4잔, 커피 4잔, 애플파이 하나를 시켰는데 91유로가 나왔다. 국물에 진심인 한국인들에게 글라시가 제격인 듯했다. 종업원들도 친절하다. 식사를 마치고 선베드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훗 뒤 야트막한 언덕 길을 따라오르면 피에랄롱고리아다. 문테엘라 연봉들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기에 그만이다. 훗 앞 오솔길로 내려가면 이런 즐거움을 못 느낄 것이다. 10분쯤 시간이 더 걸리지만 이 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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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체다 케이블카 탑승장 아래에는 사스 리가스 연봉의 앞뒤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조금 위험한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팔순쯤 돼 보이는 한국 어르신을 모시고 온 가족이 있었는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이 이 길을 따라 내려가 보는 이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세체다 케이블카 탑승장 아래에는 사스 리가스 연봉의 앞뒤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조금 위험한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팔순쯤 돼 보이는 한국 어르신을 모시고 온 가족이 있었는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이 이 길을 따라 내려가 보는 이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이렇게 처음 출발했던 콜 라이저 케이블카를 다시 타고 내려와 산 크리스티나로 돌아왔다. 공짜로 탈 수 있는 셔틀버스가 나타나지 않아 조급한 마음에 걸어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주의할 점. 버스 탈 때 행선지를 반드시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같은 곳에서 같은 번호 버스를 타도 반대편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앞선 사람이 어떻게 묻고, 기사가 어떻게 답하는지 주의깊게 들어봐야 한다. 일행 중에 다른 목격담을 늘어놓는 이가 있어 난감했다.

마침 버스를 기다리는 한국인 여행객 가운데 오전에 사소 룽고 케이블카를 이용했다는 어르신들이 있었는데 이 부부의 얘기를 듣고 완전히 다른 해석이 일행 가운데 나와 한참 내일(13일) 일정을 짜면서 격론을 벌였다. 핵심은 케이블카가 운행해 다녀왔다는 것이었는데 온라인으로는 15일부터 열리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일행은 케이블카 운행 여부와 관계없이 파소 셀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갯길로 통할 정도로 유명하다 해서 가보기로 했다. 오후에는 알페 디 시우시로 다시 올라가 11일 걷지 못한 코스를 잠깐 경험해보기로 했다.

산 크리스티나 버스 정류장에서 보면 입간판 하나가 보인다. 사스롱(Saslong) 케이블카 탑승장이다. 사스 룽고가 아니다.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대대적인 보수 공사 중이어서 이용할 수 없긴 했는데 정류장 아래로 한참 내려가야 해 괜히 땀만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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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너른 들판, 너른 들꽃밭을 또 어디에서 보겠는가 싶기는 하다. 임병선 선임기자
이렇게 너른 들판, 너른 들꽃밭을 또 어디에서 보겠는가 싶기는 하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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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랄롱고리아 길 위다. 문테엘라 연봉들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기에 그만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피에랄롱고리아 길 위다. 문테엘라 연봉들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기에 그만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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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라이저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고 아예 걸어서 오르내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여유롭게 산을 즐길 수 있는 일정이 부럽기도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콜 라이저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고 아예 걸어서 오르내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여유롭게 산을 즐길 수 있는 일정이 부럽기도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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