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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수인종 대입 우대’ 사라져…우리 수험생 미치는 영향은

미국 ‘소수인종 대입 우대’ 사라져…우리 수험생 미치는 영향은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6-30 16:31
업데이트 2023-06-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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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이 대학 입시의 소수 인종 우대를 규정한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29일(현지시간) 이의 존속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에 나선 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대학 입시의 소수 인종 우대를 규정한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29일(현지시간) 이의 존속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에 나선 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미국 대학들이 60년 이상 신입생 선발에 적용해 온 소수인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 판결을 받아 사라지게 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가 이 정책으로 백인과 아시아계 입학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학생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각각 6-3과 6-2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선의에서 비롯된 차별도 차별이란 점에선 다를 바 없다며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 대법관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좋은 의도로 시행됐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정책은 아니었다면서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판결 이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결정이 “수십 년의 판례와 중대한 진보를 되돌리는 것”이라는 소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우리 대학은 인종적으로 다양할 때 더 튼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결정이 최종 결정이 되도록 둘 수 없다”면서 미국은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는 이상을 가진 나라로 “대법원이 판결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상징하는 것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들이 “지원 학생의 다양성을 고려한 새 입학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원자들의 시험성적 등 기본적인 자격 요건을 검증한 뒤에는 경제적 어려움 등 학생이 극복한 역경을 평가하면서 인종도 한 요인으로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미국에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오늘 결정은 이 단순한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교육부에 대학 구성원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정책과 이를 방해하는 정책을 분석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방해가 되는 정책으로 대학이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레거시’(legacy) 제도를 언급한 뒤 “기회가 아니라 특권을 확대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와 법무부는 45일 안에 이번 판결 이후에도 합법적인 대학 입학 정책과 관행을 안내할 계획이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이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인종 갈등을 자극하면서 내년 11월 차기 대선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는 직전에 나온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재임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례를 폐기한 데 반발한 여성·진보층이 결집하면서 참패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는 등 나름 선전했다.

반면 공화당은 예상과 달리 크게 고전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 안팎에서 중간선거 부진 책임론에 시달렸다.

이런 연유로 대법원의 이번 결정 역시 최대 피해집단이 될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점치는 이들이 있다. 이미 정치권에선 전통적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등에 업어온 민주당과 백인 지지율이 높은 공화당이 이번 위헌 판결을 새 전선으로 삼아 격돌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다만 여성 유권자 모두 영향을 받는 낙태권 폐기 판결과 달리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과 관련해선 찬반이 엇갈려 왔던 까닭에 정치적 파장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소수 인종 우대정책이 사라지면서 대학의 인종 구성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아시아계 실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 역차별이 해소되면서 당장은 입시에서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지금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아시아계와 백인의 비율이 더욱 올라가 미국 교육정책이 또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 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0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학생 비율은 아시아계 58%, 백인 31%, 히스패닉 12%, 흑인 8%였다.

어퍼머티브 액션 폐기 때문에 소수인종 학생들이 대학 입학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입 자문 업체 칼리지 트랜지션스의 앤드루 벨라스코 최고경영자(CEO)는 “소수인종과 소외된 집단의 학생들이 계속 (대학에) 지원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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