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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립주의 여론 급상승…외교정책 대논쟁 조짐

美 고립주의 여론 급상승…외교정책 대논쟁 조짐

입력 2014-05-05 00:00
업데이트 2014-05-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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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NBC 조사서 ‘국제문제 개입말라’ 47%…13년만에 3배이상으로WP “고립주의는 불가” 사설…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쟁점화

“세계질서 유지로 얻는 이득이 비용보다 훨신 크다”, “미국의 안보와 평화에 하등 관계없는 문제에 왜 개입하느냐”

미국 내 여론이 고립주의로 회귀하려는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둘러싼 대(大)논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초는 지난주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미국 N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다.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결과(표본오차 ±3.1%)에 따르면 국제문제 개입에 ‘덜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응답이 47%에 달했다.

이 같은 의견은 2001년 9·19 테러 직후의 14%에 비해 3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반대로 ‘개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은 19%로 2001년의 37%에 비해 18%포인트 하락했다.

개입주의에 반대하는 여론이 13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이어서 워싱턴 외교가는 관료와 학자를 막론하고 조사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고립주의로 흐르는 미국 내 여론 경향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군사력이 현저히 약화하는 추세 속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집권 이후 잇따른 대외정책의 실패를 거듭, 부정적 여론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리아와 이란, 이집트 등 중동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과정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내면서 미국민들 사이에 대외정책 기조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리에이터스 신디케이트’ 소속 컬럼니스트인 패트릭 뷰캐넌은 지난 주말 언론에 투고한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동맹국들에 안보를 ‘재확약’했지만 과연 우리가 얻은 건 뭐냐”며 “미국의 평화·안보와는 상관없이 지구 다른 편의 핵무장한 중국과 북한과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의무 외에는 없다”고 혹평했다.

뷰캐넌은 “우리는 자유무역을 전파하지만 우리의 파트너들은 보호주의를 택했다”며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고 일본은 우리의 TV산업을 무너뜨린데다 자동차산업을 대부분을 집어삼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슈퍼파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실정(失政)을 극대화하려는 공화당 진영 내에서는 고립주의를 구체적인 정책 의제로 띄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16년 대권을 향해 뛰는 공화당의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고립주의자로 자처하면서 이 같은 여론 흐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립주의 회귀를 경계하며 국제문제에 적극적 개입을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세계질서를 유지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전파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이 비용을 초과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고립주의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4일자 사설에서 “미국 사회 내 고립주의 경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저지되어야만 한다”며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는 덜 가시적이지만 그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지금의 세계는 1945년 이후 미국의 장기적인 안보투자의 결과물”이라며 한국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WP는 “전쟁과 가난으로 점철된 독재국가였던 한국은 지금 민주국가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역동적인 경제대국의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삼성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있다”며 “한반도에 장기적인 미군의 주둔이 없었다면 이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WP는 “불개입 또는 개입의 정도를 급격히 낮추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으며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대륙국가가 선택할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WP는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 공동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자의 43%가 경제세계화가 미국에 좋다고 응답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비해 18%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 같은 고립주의 대(對) 개입주의 논쟁은 앞으로 11월 중간선거 정국을 앞두고 본격적인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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