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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철폐 구호 ‘손들었으니 쏘지 마’ 허위 논란

인종차별 철폐 구호 ‘손들었으니 쏘지 마’ 허위 논란

입력 2015-03-20 07:27
업데이트 2015-03-2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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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미국 전역을 들끓게 한 인종차별 철폐와 경찰 개혁 운동의 핵심 구호인 ‘손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가 허위 논란에 휩싸였다.

이 표어는 작년 8월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무차별 총격에 사망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죽기 직전 항복을 의미하며 양손을 들었는데도 잔인하게 목숨을 잃은 것에서 유래했다.

이후 뉴욕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손들었으니 쏘지 마’ 동작과 구호는 잘못된 공권력을 사용해 무고한 흑인을 살해하는 경찰의 잔인함을 부각하는 말로 여러 시위에서 사용됐다.

그러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사실 검증 코너인 ‘팩트 체커’에서 미국 법무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브라운이 양손을 올린 것이 불분명하다며 거짓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고 결론 내렸다.

이 신문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수로 사건의 진위를 평가하는데, ‘손들었으니 쏘지 마’의 경우 가장 거짓일 때 주는 피노키오 4개를 평점으로 매겼다.

퍼거슨 사건의 근본 원인을 조사해 온 법무부는 지난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윌슨을 불기소하기로 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과 마찬가지로 목격자 증언의 부정확성에 주목했다.

브라운이 양손을 든 것을 봤다는 목격자 40명의 증언이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고 사건 증거와도 맞아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어떤 목격자는 사건 후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브라운이 손을 들었다는 내용을 접했다고 답했고, 다른 이는 브라운이 손을 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사건 직후 초기 목격자들이 삽시간에 몰려든 군중에게 부정확한 증언을 설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법무부 조사관들은 브라운이 손을 들었다는 주장의 신빙성을 낮게 보기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소개했다.

결국, 법무부는 사건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사람들 대다수가 실은 사건 당시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이후 현장에 몰려든 다른 사람에게 들은 내용을 반복해 또 다른 이들에게 퍼뜨렸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브라운이 손을 들었더라도 과연 항복의 의미였는지 또한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조사 결과 ‘손들었으니 쏘지 마’의 탄생 배경이 허위에 가까운 것으로 판명 났지만, 흑인 인권 옹호론자들은 그 동작 또는 구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이를 낮게 보려는 시각을 경계했다.

브라운 사건 후 인권 단체를 조직한 저스틴 핸스퍼드 세인트루이스 대학 교수는 “법무부 조사는 브라운이 손을 아예 들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손들었으니 쏘지 마 동작은 퍼거슨의 많은 흑인 젊은이들이 그간 경험해 온 것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동작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하원에서 동료 의원 3명과 이 동작을 선보인 하킴 제프리스(민주·뉴욕) 의원 역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동작의 사실 여부를 떠나 경찰 폭력과 흑백 차별에 항의하는 새로운 상징이라는 측면에서 손을 들기로 의원들끼리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손들었으니 쏘지 마’가 강력한 메시지를 지닌 심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탄생 자체는 허위라면서 앞으로 정치인들이 이 동작을 따라 하려면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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