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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특파원 블로그] 자유로운 토론·평등한 투표…아이오와의 힘, 풀뿌리의 힘

[World 특파원 블로그] 자유로운 토론·평등한 투표…아이오와의 힘, 풀뿌리의 힘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6-02-03 22:48
업데이트 2016-02-0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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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민주당원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벤 카슨 후보를 지지하게 돼 공화당으로 옮겨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저도 민주당 지지자였습니다만, 최근 TV토론을 보고 존 케이식 후보가 좋아져 마음을 바꿨습니다.”

기자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지난 1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 대선 경선의 포문을 연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린 99개 카운티 중 포크카운티 소속 디모인 먼로초등학교 강당에 차려진 39선거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공화당 코커스의 하이라이트는 10명이 넘는 후보들의 열성 지지자들이 100여명의 다른 유권자들 앞에 서서 자신이 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지 설명하고 한 표를 호소하는 토론 시간이었다. 테드 크루즈와 도널드 트럼프, 마코 루비오 등 선두권 후보의 지지자들은 그들을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들인 반면, 군소 후보들의 지지자들은 그들의 정책이 마음에 들어 당적까지 바꿨다고 밝혔다. 토론 이후 비밀투표가 이뤄진 뒤 만난 존 톰슨(57) 부부는 “자유로운 토론이 투표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당 건너편 넓은 체육관에는 민주당 코커스가 열렸다. 학교가 위치한 비버데일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지역으로, 500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후보 3명의 이름이 써 있는 푯말 근처로 나눠 서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비밀투표가 아니라 푯말에 모인 사람들이 순서대로 자신의 번호를 불러 후보별 지지자 숫자가 자연스럽게 표로 계산됐다. 버니 샌더스가 252명, 힐러리 클린턴이 235명의 지지를 받은 가운데 마틴 오맬리 지지자 28명이 갑자기 ‘주인공’이 됐다. 15% 미만 지지를 받은 후보의 지지자들은 2차로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규칙 때문이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오맬리 지지자들에게 손짓을 하며 “우리 쪽으로 오라”고 외쳤고, 일부 젊은 유권자는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샌더스 쪽으로 이동했다. 중·장년층은 조용히 클린턴 쪽으로 섞여 들어갔다. 오맬리 지지자들이 나뉘면서 샌더스와 클린턴은 각각 6명의 기초선거구 대의원을 얻었다. 두 후보가 얻은 아이오와 전체 대의원의 1%도 안되는 규모이지만, 이들이 탄생하기까지 3시간 동안 유권자들의 열의는 뜨거웠다. 디모인리지스터 등 현지 언론은 ‘동전 던지기’로 대의원을 정하는 일부 선거구도 있다며 ‘원시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본 코커스는 미국을 이끄는 정치의 힘, 즉 풀뿌리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실감나게 했다.

디모인(아이오와주)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6-0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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