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대통령 탄생 96년 기다렸어요” 최고령 102세 ‘할머니 서포터스’

“女대통령 탄생 96년 기다렸어요” 최고령 102세 ‘할머니 서포터스’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16-11-07 22:38
업데이트 2016-11-0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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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8세 슐츠, 손녀와 홈피 만들자
참정권 갖기 전에 태어난 여성들 “마차 타고 첫 투표장” 경험담 등
‘한 표’에 얽힌 사연 줄줄이 올려

클린턴, 직접 감사의 편지 보내

8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96년간 간절히 여성 대통령을 기다려 온 할머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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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1920년 미국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기 전에 태어난 할머니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기원하며 만든 웹사이트 ‘96년을 기다렸다’(I Waited 96 Years!)에 조기투표를 한 뒤 인증샷 등을 올린 모습. BBC 화면 캡처
8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1920년 미국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기 전에 태어난 할머니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기원하며 만든 웹사이트 ‘96년을 기다렸다’(I Waited 96 Years!)에 조기투표를 한 뒤 인증샷 등을 올린 모습.
BBC 화면 캡처
7일 BBC 등에 따르면 중증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에스텔 슐츠(98) 할머니는 지난달 조기투표 후 찍은 인증샷을 손녀에게 부탁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장에서 일하다 교육자로 평생 살아온 그녀가 여성 대통령 후보를 직접 보고 투표까지 할 수 있다는 현실이 감격스러웠기 때문이다. 사진은 올리자마자 큰 호응을 얻었다. 호스피스센터에서 지내던 그녀는 “우리의 첫 여자 대통령에 투표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손녀를 통해 ‘96년을 기다렸다’(I Waited 96 Years!)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곳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지지자들은 모두 1920년 미국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기 전에 태어난 할머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은 1920년 8월에야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다.

웹사이트에는 절절한 사연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얻는 과정을 생생히 기억하는 줄리엔 번스틴(102) 할머니는 1913년에 태어났다.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번스틴은 “엄마를 따라 마차를 타고 여성의 첫 투표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사는 베아트리체 럼프킨(98)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는 긴 머리 대신 짧은 머리를 하고 진흙탕에 질질 끌리는 긴 치마를 짧은 드레스로 만든 최초의 여성이었다”고 회고했다. 앤젤라 가라벨리 애스터(98) 할머니는 조기투표에 나섰지만 지난 21일 숨을 거두면서 선거 결과를 보지 못했다. 애스터는 생전에 “내가 한 번 더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여자에게 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할머니의 클린턴 지지는 단순히 클린턴이 여성이기 때문은 아니다. 실비아 슐만(99) 할머니는 “클런턴이 여성이라 표를 준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리 여성도 어떤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뛰어나게 성장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전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가장 좋은 때”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지지에 감격한 클린턴은 지난달 말 슐츠 할머니에게 직접 감사 편지를 보냈다. 클린턴은 편지에서 “내가 미국 주요 정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라는 사실을 기억할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우리가 많은 것을 이뤘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마지막 유리 천장이 있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저를 지지해 주셔서 마음속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6-1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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