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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둘러싼 갈등 “모두 위해 브라질 패해야”

아마존 둘러싼 갈등 “모두 위해 브라질 패해야”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19-09-12 09:00
업데이트 2019-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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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 후에도 갈등 이어질 듯

지구온난화로 이미 초원화 진행중
발전 위해 다른 활로 모색해야
FP “주민 고통 땐 외부 개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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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아마존 산불
꺼지지 않는 아마존 산불 지난 23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노보에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몇 주째 꺼지지 않고 있는 산불로 듬성듬성 남은 나무들 사이에 연기가 자욱하다. 사진은 그린피스가 항공 촬영했다.
그린피스 제공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이 국제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자 ‘주권 침해’라며 버티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부도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아직까지 그 효과가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인류의 자산인 아마존을 보존해야 한다는 서방세계의 압력은 어느정도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불이 사그라지더라도 아마존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 발전을 위해 아마존을 일부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인류의 자산이자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는 선진국 간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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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올 1월 브라질리아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밝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2019.07.30 브라질리아 AFP 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올 1월 브라질리아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밝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2019.07.30 브라질리아 AFP 연합뉴스
●보우소나루 “아마존은 우리 것”

올해 1월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아마존 열대우림의 상업적 개발을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아마존이 브라질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아마존에 대한 그의 입장은 “아마존은 우리(브라질) 것이지 당신들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겐 아마존 보전을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들도 눈엣가시다. 그는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마존에 대한 집착이 ‘환경 관련 정신병’의 일종이라며 환경운동가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급증한 아마존 산불에 대해서 ‘환경 관련 비영리기구(NGO)의 소행’이라며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낳았다.

이러한 대통령의 인식은 지난달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전후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G7 정상들이 아마존 산불 진화를 위한 지원금 지급에 합의하자 이를 거부하며 “본인들 나라나 신경쓰라”며 응수한 것이다. 어느 나라도 환경 파괴와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으면서 아마존에 대해서만 왈가왈부하는 형국을 비판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지원금은 받기로 했고 진화 작업에 군병력과 항공기 등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아마존 개발 의지마저 꺾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세계 곳곳의 브라질 대사관 앞에서 아마존 산불에 적극 대처할 것을 호소하는 환경단체 시위가 진행된 23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브라질 영사관 앞 시위 참가자들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리마 AFP 연합뉴스
세계 곳곳의 브라질 대사관 앞에서 아마존 산불에 적극 대처할 것을 호소하는 환경단체 시위가 진행된 23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브라질 영사관 앞 시위 참가자들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리마 AFP 연합뉴스
●아마존, 그냥 둬도 초원으로 바뀐다

아마존이 브라질 외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그 별명에서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구 열대우림의 40%를 차지하는 아마존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마존의 면적이 줄어드는만큼 지구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적어져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 이런 아마존 문제에 있어 브라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건 전체 아마존 면적의 60%가 브라질 영토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1970년대부터 50여년간 본래 아마존 면적의 17%를 개발했다. 프랑스 영토보다도 넓은 아마존이 도로와 댐 건설, 삼림벌채, 광물 자원 채취, 콩 농사, 가축 사육을 이유로 사라졌다. 올해 1월 보우소나루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금은 일주일에 맨해튼 두배 면적만큼 아마존 면적이 사라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아마존 개발을 지금 당장 멈추더라도 지구온난화가 지속한다면 초원화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아마존 유역은 안데스 산맥을 넘지 못한 비구름 덕분에 충분한 습기를 유지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으로 이미 일부 아마존에서 초원화가 진행 중이라는 보고도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의 개발 지원 정책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보다 더욱 가속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혼도니아주 포르투벨류에서 65㎞ 떨어진 아마존 열대우림을 항공 촬영한 사진이다. 언뜻 보면 왼쪽이 화마에 할퀸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반대로 오른쪽이 산불에 그을린 지역이다. 이 지역의 2㎞를 뒤덮은 산불 연기 때문에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시정 확보에 어려움이 초래됐다. EPA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혼도니아주 포르투벨류에서 65㎞ 떨어진 아마존 열대우림을 항공 촬영한 사진이다. 언뜻 보면 왼쪽이 화마에 할퀸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반대로 오른쪽이 산불에 그을린 지역이다. 이 지역의 2㎞를 뒤덮은 산불 연기 때문에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시정 확보에 어려움이 초래됐다. EPA 연합뉴스
●아마존 개발, 브라질에 좋기만 할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미 경제 개발을 어느정도 이룩한 서방 국가가 브라질을 열악한 경제 상태에 머물도록 하고자 아마존 개발을 만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마존을 개발이 곧장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환경 파괴를 일삼으며 경제 성장을 일궜던 나라들이 훗날 이를 복구하기 위해 들이는 돈과 노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 최근 중국으로 수출량이 느는 콩과 소고기의 생산량은 2004년부터 2012년 사이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아마존 개간은 오히려 기존보다 80% 정도 둔화됐었다. 아마존의 면적이 줄어드는만큼 가뭄이 심화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도 농업이다. 2015년 브라질에 닥친 가뭄으로 중부 마토 그로쏘 지역의 옥수수 재배 농가의 수확량은 3분의1이나 줄어들었었다.

외국의 제재도 무시할 수 없다.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인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브라질이 포함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와 자유무역협상(FTA)을 맺으면서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조항을 포함했다. 브라질이 아마존 개발을 지속한다면 고유한 ‘영토 주권’을 고려하더라도 국제법 위반 등을 이유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폴린포리시는 보호 책무 조항에 따라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개발이 지역 주민의 삶을 파괴한다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의 개입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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