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의대 제공
피츠버그 의과대학 컴퓨터시스템생물학 연구 조교수인 류빙(37)이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피츠버그 북부 로스타운십 자택에서 머리와 목, 상반신, 국부 등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자택으로부터 약 1.6㎞ 떨어진 곳에서는 또 다른 중국인 남성 구하오(46)가 차량 안에 숨져 있었다.
경찰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구하오가 류 교수 집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달아나 스스로 극단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는 강제 침입의 흔적도, 도난당한 물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두 사람이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밀한(intimate)파트너를 둘러싼 오랜 갈등”이 범행 동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7일 전했다. intimate란 단어는 육체적 관계를 의미해 일반적으로 동성 친구에 써서는 안 되는데 경찰은 이를 굳이 사용했다.
류 교수의 죽음에 의문을 더한 것은 피츠버그 의대에서 발표한 성명이었다. 대학 측은 성명을 통해 “류 교수는 훌륭한 멘토이자 연구자였다”며 “최근 그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와 관련된 세포 구조와 메커니즘, 합병증 등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발견을 앞두고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지금까지의 조사로는 류 교수의 연구와 이번 사건이 관련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의 연구가 현재의 보건 위기와 연관돼 있다는 증거 역시 제로”라고 설명하는 경찰 관계자도 있었다. 중국에서 태어난 류 교수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이수했다. 피츠버그대에는 6년 전부터 재직했다. 그는 ‘생물 시스템 역학의 컴퓨터 모델링 및 분석’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올라온 글들이다. “오 맙소사. 이건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나온 얘기 그대로다. 아마도 그는 미국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나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 같다.” “우연의 일치인 것처럼 보인다.” “아주 드문 사례다. 어두움 속에 감춰진 비밀 같다.”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자 신문인 글로벌 타임스는 홈페이지에 류 교수의 죽음에 관한 다양한 억측들을 나열했다. 트위터에는 중국 정부가 뒤에서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주장들이 넘쳐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바이러스와 그 기원에 대한 다양한 음모이론이 손쉽게 증폭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정치인과 현지 매체들이 이를 걸러내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도 오히려 부채질하는 점이 더욱 문제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