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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현재 잣대로 심판받는 위인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현재 잣대로 심판받는 위인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6-16 22:38
업데이트 2020-06-1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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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사망 시위發 동상 훼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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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사적 위인들의 상징물이 잇따라 흑인 인권운동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북부 소도시 오몽의 샤를드골광장에 있는 드골 흉상이 15일(현지시간) 밝은 주황색 페인트로 만신창이가 됐다.  오몽 AFP 연합뉴스
최근 역사적 위인들의 상징물이 잇따라 흑인 인권운동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북부 소도시 오몽의 샤를드골광장에 있는 드골 흉상이 15일(현지시간) 밝은 주황색 페인트로 만신창이가 됐다.
오몽 AFP 연합뉴스
노예제도 상징적 인물들에 대한 비판
‘美 건국 아버지’ 워싱턴 동상 훼손 번져
유럽서도 처칠·드골 동상 공격 잇따라
“과거 반성” “역사 왜곡” 팽팽히 맞서


신대륙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이어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까지….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파장이 서구 제국주의 시대 인물들에 대한 힐난으로 이어지며 과거사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시위가 촉발된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관련 상징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과거 인물을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는 게 정당한 것이냐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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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사적 위인들의 상징물이 잇따라 흑인 인권운동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보스턴 노스엔드 인근 워터프런트 공원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이 지난 10일 머리가 잘린 채 훼손돼 있다.  보스턴 AP 연합뉴스
최근 역사적 위인들의 상징물이 잇따라 흑인 인권운동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보스턴 노스엔드 인근 워터프런트 공원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이 지난 10일 머리가 잘린 채 훼손돼 있다.
보스턴 AP 연합뉴스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수난을 당했던 미국에서는 이제 나라를 세운 위인들까지 재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 시카고 언론들은 시카고 남부에 위치한 공원 워싱턴파크에 있는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동상이 낙서로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상에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와 ‘아메리카’를 합성한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kkka), ‘노예 소유주’ 등의 낙서가 스프레이로 쓰여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의 소행임을 짐작하게 했다. CBS는 앞서 시카고 그랜트 공원 내 콜럼버스 동상도 낙서로 훼손되는 등 역사 속 위인들의 상징물이 잇달아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립선언문을 쓴 토머스 제퍼슨과 워싱턴의 동상 등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의 표적이 되자 학계 등에서는 우려가 나왔다. 시카고주립대 흑인역사학과 라이오넬 킴블 교수는 “역사를 파괴하기보다는 워싱턴의 생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토론하는 것이 더 낫다”면서 “과거의 상징을 모두 파괴한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이해할 수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역사 저술가이자 저명한 우파 언론인인 인드로 몬타넬리의 동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로마제국사’ 등 명저로 유명한 몬타넬리는 1936년 파시스트 정권이 일으킨 에티오피아 2차 침공 때 현지의 12세 여자아이를 매수해 결혼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그는 생전 인터뷰와 글에서 이 같은 행동이 당시 현지의 문화이자 관행이었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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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사적 위인들의 상징물이 잇따라 흑인 인권운동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우파 언론인 인드로 몬타넬리의 동상에 지난 13일 붉은 페인트가 뒤덮여 있다. 밀라노 AP 연합뉴스
최근 역사적 위인들의 상징물이 잇따라 흑인 인권운동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우파 언론인 인드로 몬타넬리의 동상에 지난 13일 붉은 페인트가 뒤덮여 있다.
밀라노 AP 연합뉴스
몬타넬리에 대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함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주말 사이 밀라노의 몬타넬리 동상이 붉은 페인트 범벅이 되고 ‘인종주의자’라는 낙서로 도배되는 ‘반달리즘’(문화유산 파괴행위)이 일어났다. 여기에 철거 주장까지 나오자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까지 나서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몬타넬리를 둘러싼 논란을 인정한다면서도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오점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삶은 여러 복잡한 맥락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동상을 철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의 대표적인 우파 정치인들도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영국에서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이 낙서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프랑스에서는 올해 타계 50주년을 맞은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흉상이 잇따라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프랑스 북부 소도시 오몽의 샤를 드골 광장에 있는 드골 흉상이 15일 주황색 페인트로 뒤덮였고, 흉상 거치대 뒤에는 ‘흑인 노예제 찬성자’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면서도 “역사에서 어떤 흔적이나 이름도 지우지 않겠다”며 동상 철거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6-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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