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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의 제1과제 “화장실을 지어라”

모디의 제1과제 “화장실을 지어라”

입력 2014-06-20 00:00
업데이트 2014-06-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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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인도女 3억명 화장실 없어 숲에서 용변 보다 성폭행 당해

“화장실 먼저, 힌두 사원은 나중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선거 기간 집권하면 가장 먼저 시골 가정에 화장실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힌두민족주의자인 모디 총리가 사원보다 화장실이 중요하다고 본 이유는 위생 때문이 아니다. 유엔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국제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성폭행 때문이다. 인도 여성 약 3억명이 화장실이 없어 밖에서 용변을 보고, 이 와중에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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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여성 70% 용변보다 성희롱당해

19일 BBC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방안으로 화장실 설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사촌 자매가 집단 성폭행 뒤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나온 대책이다. 이들은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용변을 보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인도인 48%가 화장실이 없어 숲, 들판, 도랑 등지에서 용변을 본다. 시골은 비율이 65%에 달한다. 인도 최대 도시인 뭄바이와 수도인 델리에서도 기차역 근처 나무 뒤에서 용변을 보는 일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중화장실이 밤 9시면 문을 닫아 새벽이나 밤에 용변을 보러 밖에 나갔다 성폭행당하는 여성이 많다. 동부 비하르주의 한 경찰관은 BBC에 “지난해 성폭행당한 여성 중 400명은 화장실만 있었어도 (성폭행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옥내 화장실 설치땐 현금 보조금

화장실 문제는 빈부 격차, 카스트 제도와 관련 있다. 알자지라는 “낮은 카스트 계급의 인도인 대부분이 빈곤층이다. 돈이 없어 화장실도 없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사촌 자매도 불가촉천민 ‘달리트’에 속해 있다.

인도 정부는 옥내 화장실을 건설하면 현금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북부 하리아나주는 2005년부터 ‘화장실 없는 남편에게 시집가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도 화장실 설치를 도울 예정이다. 그러나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수 코티스는 “화장실이 생겨도 밖에서 용변 보는 오래된 버릇은 변하지 않는다”며 습관을 고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4-06-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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