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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 감금·자살 방치… 난민 천국서 지옥이 된 호주

수용소에 감금·자살 방치… 난민 천국서 지옥이 된 호주

입력 2014-08-06 00:00
업데이트 2014-08-0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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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심리치료 의사 “정신적 고문” 고백…보수당 집권 1년 만에 난민 인권 역주행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려고 위해를 가하는 게 고문이라면 난민 수용소의 행태는 명백한 고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호주 난민 수용소에서 난민들의 심리치료를 담당하던 정신과 전문의 피터 영 박사의 내부 고발을 보도했다. 영 박사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난민이 호주 본토로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하기 위해 태평양 3곳의 섬에 세운 역외 수용소는 상처받은 난민의 마음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신적 고문’을 자행하고 있었다.

수용소는 치료가 시급한 환자가 발생해도 절대 본토로 보내지 않았다. 난민들에게 ‘죽어도 호주 땅을 밟을 수 없겠구나’라는 절망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심지어 자살을 기도하는 난민들도 그대로 방치했다. 심리치료 의사들에게는 환자가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사사로운 것까지 캐묻도록 강요했다. 난민들은 ‘수치의 오솔길’이라고 불리는 골목길을 걸으며 모욕감에 치를 떨었다.

“‘수용소 생활 1년 만에 50%가 우울증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는 관찰 기록을 이민부에 제출했으나 이민부는 오히려 폐기를 지시했다”고 말하는 영 박사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의사로서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영 박사는 수용소 심리치료의 총책임자였다.

교도소보다 못한 생활 때문에 지난 2월에는 마누스 섬 수용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1명이 숨지고 77명이 다쳤다. 난민행동연합의 이언 린툴 대변인은 “조직적이고 야만적인 폭력 행위가 폭동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호주는 ‘난민 천국’이었다. 노동당 정부는 난민을 수용소로 보내는 대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게 하는 ‘연결 비자’ 정책으로 유엔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난민이 급증하자 중산층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자신들의 세금으로 난민이 복지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었다. 이런 정서에 편승해 보수당은 총선에서 ‘난민 봉쇄’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겼다. 토니 애벗 총리는 지난해 9월 집권한 이후 단 한 명의 난민도 받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크리스마스 섬 수용소에서 난민 여성 10명이 집단 자살을 기도했다. 자신이 죽으면 호주 정부가 고아가 된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스리랑카인 41명이 타고 있던 배를 그대로 되돌려 보냈다. 난민부 직원들은 배 위에서 일사천리로 난민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 배 안에는 식량과 식수가 다 떨어진 상태였다. 두 달 가까이 표류하던 타밀 출신 ‘보트 피플’ 157명도 지난 2일 결국 크리스마스 섬 수용소로 보내졌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2014-08-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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