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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차별이 더 나빠” 크루즈선 포용한 훈센의 인도주의

“코로나보다 차별이 더 나빠” 크루즈선 포용한 훈센의 인도주의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2-13 16:32
업데이트 2020-02-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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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나라로부터 퇴짜를 맞아 바다 위를 떠돌던 호화 크루즈 유람선 웨스테르담 호가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만 근처에 진입한 뒤 복통과 미열로 힘들어하는 일부 승객을 태운 고속 보트가 항만 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뒤에 보이는 크루즈가 웨스테르담 호다. 시아누크빌 AP 연합뉴스
다섯 나라로부터 퇴짜를 맞아 바다 위를 떠돌던 호화 크루즈 유람선 웨스테르담 호가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만 근처에 진입한 뒤 복통과 미열로 힘들어하는 일부 승객을 태운 고속 보트가 항만 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뒤에 보이는 크루즈가 웨스테르담 호다.
시아누크빌 AP 연합뉴스
“코로나19보다 최악인 것은 차별이다. 캄보디아 국민이 질병에 걸렸다고 다른 나라에 있는 상점 입장이 거부되면 기분이 어떻겠느냐? 중국인도 사람이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지난 11일 발언이다.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과의 직항노선 운항을 중단하라는 여론이 비등하자 답으로 내놓은 발언이었다. 훈센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와 경제적 타격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또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유학생 등 자국민을 철수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애초 후베이성 우한을 찾겠다고 공언했다가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지난 5일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기도 했다.

승객과 승무원 등 2200여명을 태운 채 다섯 나라에서 잇따라 입항을 거부당해 바다 위를 떠돌던 크루즈선 ‘웨스테르담’ 호가 13일 오전 캄보디아 남서부 시아누크빌 항에 입항 절차를 밟게 된 것도 결국 훈센 총리의 인도주의에 터잡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웨스테르담 호가 만에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멀찍이 떨어져 있다. 유수 통신들이 보내온 사진들을 보면 캄보디아 보건팀이 먼저 유람선에 승선해 탑승자에 대한 건강 점검을 한 뒤 항만 진입과 하선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선사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거듭 밝혀왔다. 현지 일간 크메르 타임스는 보건팀이 탑승객들에게서 혈액 등 샘플을 채취해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할 계획이라고 보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탑승객들이 모두 내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나 커비란 여자 승객은 “배는 아직 항만 바깥에 있지만 일부 승객들은 뭍에 내릴 생각에 들떠 있다. 현재 캄보디아 관리가 배에 올라 여권을 모으고 우리가 이미 예약한 프놈펜발 항공권에 따라올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고 배안의 동정을 전했다.
캄보디아 보건팀이 13일 시아누크빌 항만 근처 바다에 들어온 크루즈 유람선 웨스테르담 호의 탑승자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필요한 샘플을 헬리콥터에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아누크빌 AP 연합뉴스
캄보디아 보건팀이 13일 시아누크빌 항만 근처 바다에 들어온 크루즈 유람선 웨스테르담 호의 탑승자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필요한 샘플을 헬리콥터에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아누크빌 AP 연합뉴스
지난 1일 기항지인 홍콩에서 출항한 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다섯 나라에서 잇따라 퇴짜를 맞는 바람에 바다를 떠돈 지 2주 만에 드디어 뭍에 발을 딛게 됐다. 선사인 홀랜드 아메리카는 12일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모든 허가를 받았다”면서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것은 우리가 지속해서 촉구해온 국제적 연대의 한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정밀 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으면, 탑승객들은 전세기 편으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이동한 뒤 항공기를 이용해 각자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편 일본 요코하마(橫浜) 항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는 이날까지 17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사태가 악화일로가 치닫고 있다. 당국은 이 크루즈선에 남아 있는 약 3500명 중 발열 등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검체를 채취해 추가 검사를 계속하고 있어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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