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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만 미얀마에서 12명이 스러졌습니다. 한쪽만 무장한 내전”

“어제 하루만 미얀마에서 12명이 스러졌습니다. 한쪽만 무장한 내전”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3-14 09:13
업데이트 2021-03-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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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지난 1988년 민주화 시위에 불길을 댕긴 폰 모의 사망 25주기를 맞아 13일 촛불집회가 열려 수많은 시민들이 휴대전화 불빛으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고 있다. 양곤 연좌시위에 참여한 4명 이상이 군경의 총격에 희생되는 등 이날 하루에만 1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양곤 AP 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지난 1988년 민주화 시위에 불길을 댕긴 폰 모의 사망 25주기를 맞아 13일 촛불집회가 열려 수많은 시민들이 휴대전화 불빛으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고 있다. 양곤 연좌시위에 참여한 4명 이상이 군경의 총격에 희생되는 등 이날 하루에만 1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양곤 AP 연합뉴스
13일 하루에만 미얀마 군경의 발포로 또다시 8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영국 BBC의 동영상은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 연좌시위에 나섰다가 총격을 받고 쓰러진 한 청년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허술한 방패로 자신을 가린 시위대원들이 퇴각하거나 도로 옆으로 피신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한 청년이 달려오다 허리를 어루만지며 그대로 쓰러져 길바닥에 누워버린다.

조너선 헤드 BBC 특파원은 말한다. “내전이나 다를 바 없다. 다만 한쪽만 무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와 영국 BBC 버마, 목격자들을 인용해 이날 시위 도중 최소 12명이 실탄 사격을 비롯한 군부의 유혈진압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가장 유혈이 낭자한 날 가운데 하루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1988년 민주화 시위의 불길을 댕긴 폰 모 사망 33주기를 맞아 SNS에서 전국적인 시위를 촉구하는 운동이 일어난 가운데 일어났다고 통신은 전했다. 1988년 8월 8일에 일어나 가장 규모가 컸다고 해서 ‘8888 시위’로 불리는 이 때 유혈 진압으로 약 3000명이 목숨을 잃어 1962년 군부가 집권한 이래 가장 큰 유혈 사태로 기록됐다. 이 시위를 계기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미얀마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고, 군부정권에 의해 약 20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양곤 곳곳에서는 전날 밤 야간 촛불집회가 열려 시민들이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등 쿠데타 반대를 이어갔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서부 친주 하카에서는 군경이 병원에 침입, 환자 30명가량과 병원 직원들을 쫓아냈다고 로이터가 현지 활동가를 인용해 전했다. 군경은 지난 주초부터 시민불복종 운동(CDM)을 차단한다며 각지의 병원과 대학 건물을 점령했고, 이 과정에 시위 등으로 다친 환자들을 내보내는 일도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에 대응해 세워진 문민정부 대표는 군부를 뒤엎고 혁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의해 임명된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이날 은신처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했다. CRPH는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이 구성했다.
만 윈 카잉 딴.  게티 이미지 자료사진
만 윈 카잉 딴.
게티 이미지 자료사진
CRPH는 연방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미얀마의 여러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 이미 일부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페이스북 연설을 통해 “지금은 이 나라에 있어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멀지 않았다”면서 “수십 년 독재의 다양한 억압을 겪어 온 모든 민족 형제가 진정 바라는 연방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이번 혁명은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CRPH는 국민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며, 임시국민행정팀을 구성해 공공행정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설 이후 수천 명이 페이스북에 “당신이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는 등의 지지 댓글을 달았다.

한편 지난달 도로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고 무장 경찰들에게 시위대를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애원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안 누 따웅(45) 수녀는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어릴 때 군부가 이웃을 죽이는 것을 봤다. 그래서 군복 입은 사람만 봐도 두렵다. 하지만 난 성당에 피신한 사람들을 지켜야 했다. 날 쏘면 기꺼이 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북부 미치나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인 그는 경찰들에게 “정녕 쏘겠다면 날 대신 쏴라”라고 말했는데 “그들이 내 눈 앞에 있는 죄 없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모습을 가만 지켜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안 수녀는 미얀마에 다시 암흑기가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민정부 아래 지낸 5년은 정말 행복했다”면서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언제 붙잡혀갈지, 언제 죽을지 몰라 낮이고 밤이고 두려움에 떤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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