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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달라이 라마 힘잃는 티베트 독립

힘빠진 달라이 라마 힘잃는 티베트 독립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5-12-28 23:08
업데이트 2015-12-2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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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라마 지도력 갈수록 약화

올해 2월 달라이 라마 14세가 공개 강연 도중 통역에게 갑자기 “오늘 강연 주제가 뭔가요?”라고 물어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 적이 있다. 라마의 동생은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좀 심해지는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NYT)에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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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AFP 연합뉴스
달라이 라마
AFP 연합뉴스
지난 9월 BBC 방송과 인터뷰할 때도 라마는 평소와 달라 보였다. 진행자가 “후계 달라이 라마가 여성이 될 수도 있느냐”고 묻자 라마는 “매우, 매우 매혹적이라야 한다”라고 답했다. 당황한 진행자가 “만일 여성 달라이 라마가 환생한다면 그 여성은 틀림없이 매혹적일 것이란 뜻이냐”고 되묻자, 라마는 “내 말은 그 여성이 매혹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그렇지 않다면 별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80세인 달라이 라마의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NYT는 6일에 걸쳐 라마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중 티베트 망명정부 인사들에게 라마 사후에 대해 묻는 기사가 있었다. 한 인사는 “그분이 돌아가시면 우리도 끝이다”라고 답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28일 “망명 티베트 민족이 해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51년 중국이 티베트를 강제 점령한 이후 정신적 지주이자 독립운동의 구심점, 통치자로서 역할을 해온 라마의 힘이 약해지면서 전 세계로 망명한 13만 티베트 난민의 응집력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라마가 1959년 티베트 봉기 이후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운 지 56년이 지나면서 30여 개국으로 흩어졌던 난민 대부분이 해당 국가에 동화됐다. 티베트에서 태어나지 않은 2, 3세들은 라마에 대한 존경심이 그리 크지 않으며 라마교(티베트 불교)에 대한 신앙도 엷어졌다. 일부 망명객은 티베트 지역이 발전하는 것을 보고 독립의 꿈을 접은 채 중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망명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던 활불(活佛·환생한 부처) 안취가 중국으로 귀순했다.

달라이 라마와 망명정부 총리인 로브상 상계(47)의 노선 차이도 불거지고 있다. 라마는 2011년 직선으로 뽑힌 상계 총리에게 행정권을 모두 넘겼다. 라마의 지도력이 약해지면서 강경파가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있는데, 상계 역시 강경파인 ‘티베트 청년회의’ 출신이다. 상계는 라마의 ‘중도노선’(완벽한 독립이 아닌 고도의 자치 요구)을 승계했으나, 핵심 지지그룹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다. 상계 집권 이후 130여명의 승려가 분신자살했다. 라마로부터 내려오는 종교적 권위와 풀뿌리에서 올라온 행정권력 간 불협화음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달라이 라마 14세가 후계자를 세울 처지가 아니라는데 있다.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 2인자인 판첸 라마가 달라이 라마가 환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소년을 찾아내 후임 달라이 라마로 키워야 하는데, 지금의 11대 판첸 라마는 중국 정부가 세운 인물이다.

다음 달라이 라마가 중국에 의해 선택된다면 티베트 독립의 꿈은 완전히 사라진다. 달라이 라마 14세가 “환생의 전통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12-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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