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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감사해야”…中 ‘마스크 외교’ 실패한 까닭은 ‘자랑’

“세계가 감사해야”…中 ‘마스크 외교’ 실패한 까닭은 ‘자랑’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0-05-18 16:57
업데이트 2020-05-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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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물자 지원하며 공산 체제 우월성 선전
‘늑대 전사’ 中 외교관 거친 입도 악영향
‘불량 마스크’ 속출해 中이미지 깎아내려
지난 2월 중국 남서부 쓰촨성 쑤닝시의 한 마스크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거쳐 나온 의료 마스크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쑤닝 AP 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 남서부 쓰촨성 쑤닝시의 한 마스크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거쳐 나온 의료 마스크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쑤닝 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이 대대적인 ‘마스크 외교’를 펼쳤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통제에 성공한 후 세계 각국에 대한 의료물자 수출과 지원에 나서 현재 마스크, 방호복 등의 의료물자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가 됐다.

중국은 일부 국가에는 의료물자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해 중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18~19일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는 ‘중국책임론’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마스크 외교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지나친 생색내기’ 때문이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자국 내에서 급속히 확산하던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29일까지 20억 장의 마스크와 2500만 벌의 방호복을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통해 이뤄졌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이들 외국 기업에 조용하게 접근한 뒤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자 중국의 태도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중국은 유럽 등 외국에 의료물자를 지원하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이를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중국 체제의 우월성이 코로나19 조기 통제를 가능하게 했다는 얘기이다.

심지어 한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 등 전 세계가 중국에 사과하고, 팬더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서 중국의 노력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늑대 전사’로 불리는 중국 외교관들의 거친 입도 한 몫 했다. 지난달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서 서방의 코로나19 대응을 ‘느림보’라고 비판하면서 “프랑스의 양로원 직원들이 한밤중에 자신의 임무를 포기해 수용자들을 굶고 병들어 죽게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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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첫 발병지로 지목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거리에서 의료진이 주민들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2020.5.15  AFP 연합뉴스
코로나19 첫 발병지로 지목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거리에서 의료진이 주민들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2020.5.15
AFP 연합뉴스
이에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달 14일 루사예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런 공격적인 선전 활동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지원한 의료물자에서 ‘불량 마스크’ 등이 속출한 것은 중국의 체면을 크게 깎아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긴급 사용 승인을 내줬던 중국산 N95 마스크 86종 중 무려 72종에 대한 승인을 최근 취소한 것을 비롯해 네덜란드, 캐나다, 스페인, 핀란드, 인도, 필리핀, 파라과이 등에서 중국산 의료물자에 대한 리콜 등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고문을 맡는 한 인사는 매체에 “팬더믹이 중국에는 국제 관계를 개선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중국 외교는 안정적인 국가 간 관계 대신 대내 선전에만 치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체제의 우월성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중국의 선전이 서방 국가들에 먹혀들 리 없다”며 “중국은 지원 대상 국가를 선별해 의료물자를 제공했는데, 이 또한 중국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유럽 등의 경계심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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