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 항미원조 열풍… 올해만 작품 6편 봇물

대륙에 항미원조 열풍… 올해만 작품 6편 봇물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10-25 21:04
업데이트 2020-10-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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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생생리포트] 中, 6·25 참전 70주년 추모 열기
최근 개봉 ‘진강촨’ 중국인 희생 강조
한국·북한군 안 나와… 철저히 美 겨냥
시진핑은 20년 만에 기념 연설 나서
블룸버그통신 “반미정서 고조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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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항미원조 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진강촨’(金川) 포스터. 중국군이 미군 폭격기를 향해 방공포를 쏘고 있다. 차이나필름 제공
중국이 항미원조 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진강촨’(金川) 포스터. 중국군이 미군 폭격기를 향해 방공포를 쏘고 있다.
차이나필름 제공
중국 ‘항미원조(6·25) 전쟁’ 7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베이징의 쇼핑몰 완커스다이종신에 자리잡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진강촨’(金川)을 관람했다. 우리나라의 ‘포화 속으로’(2010)나 ‘봉오동 전투’(2019)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애국 영화로 4억 위안(약 680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다. 도심 전광판 광고를 도배하다시피 해 이곳 주민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영화는 6·25 막바지인 1953년 7월 강원도에 자리잡은 북한강 지류 금강천에서 벌어진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미군의 끊임없는 폭격에도 중국 인민지원군이 마지막 남은 나무다리를 지켜내 전투 병력을 목적지로 이동시킨다는 내용이다. 중국이 군사력 열세에도 미국에 지지 않은 것은 이름 모를 군인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일부 여성 관객은 감동을 받은 듯 내내 눈물을 흘렸다. 진강촨은 중국 유명 예매 서비스 ‘메이투안’에서도 25일 기준 평점 9.4점(10점 만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에는 한국군이나 북한군은 나오지 않는다. 인민지원군과 미군만 등장한다. 이 영화가 철저히 미국을 겨냥해 제작됐음을 잘 보여 준다.

중국이 한국전쟁 추모 열기로 뜨겁다. 지난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고지도자로는 20년 만에 항미원조 전쟁 70주년 행사에서 직접 연설을 한 것에 맞춰 중국 문화계도 한국전쟁 관련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6·25 발발 70주년을 맞아 특별한 콘텐츠 없이 비교적 조용히 지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베이징 시내 버스 정류장 게시판에서 광고 중인 영화 ‘진강촨’ 포스터.
중국 베이징 시내 버스 정류장 게시판에서 광고 중인 영화 ‘진강촨’ 포스터.
올해 중국에 상영되는 6·25 관련 작품은 중국중앙(CC)TV의 ‘항미원조 국가수호’ 다큐멘터리(20부작) 등 6편으로 역대 최고치다. 미중 갈등이 없었다면 애국주의 영상물이 이렇게 많이 출시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군은 한국전이 발발하자 북한의 요청으로 1950년 10월 19일 압록강을 넘었다. 엿새 뒤인 25일 한국군에 첫 승리를 거뒀는데, 이를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는다’는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했다. 미국이 38선을 넘어 중국 본토에까지 공습을 감행하는 등 파괴를 일삼자 자국과 이웃 나라(북한)를 지키고자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 중국의 설명이다. 6·25를 보는 한국이나 미국의 인식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가난했던 1950년대 미국과의 전쟁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것은 신냉전 상황에서 중국 인민들의 반미 정서와 투지를 키우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글·사진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0-10-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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