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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트 비어펍의 진짜 사용법은?(1) [지효준의 맥주탐험]

크래프트 비어펍의 진짜 사용법은?(1) [지효준의 맥주탐험]

입력 2021-10-04 19:28
업데이트 2021-10-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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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중성·실험성 ‘두 마리 토끼‘ 찾는 수제맥주 펍
상업성 떨어져도 지역 주민에 의미있는 제품 발굴·소개
‘새로움에 대한 열광과 지지’는 수제맥주의 핵심가치
맥주 소개 탭 리스트는 장인의 부단한 선별 노력 결과물

중국 베이징의 대표 수제맥주 펍 ‘엘니도’(El Nido)의 제품들. 가게 한 곳에서 20종이 넘는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다. 지효준
중국 베이징의 대표 수제맥주 펍 ‘엘니도’(El Nido)의 제품들. 가게 한 곳에서 20종이 넘는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다. 지효준
미국의 경제수도 뉴욕에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펍(Pub)과 바(Bar)가 즐비하다.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 생겨나고 사라질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도 뉴욕의 중심 맨해튼에 위치한 ‘As Is NYC’은 평일 오후에도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늘 문전성시다. 매주 새로운 맥주가 끊이지 않아 뉴요커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펍으로 손꼽힌다. 뉴욕의 지역 맥주뿐 아니라 다른 주(州)의 수제맥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크래프트 비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미국은 땅이 넓은 나라다. 다른 지역의 인기 수제맥주를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메리트다.

중국 베이징의 관광지 후통(胡同·뒷골목)은 청나라 말과 중화민국 초기 대륙의 운명을 좌우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명소다.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이끌던 우리 선조들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베이징 유명 후통 난뤄구샹(南锣鼓巷)과 마주한 베어뤄구샹(北锣鼓巷)의 구석에 중국 1세대 수제맥주 펍 ‘엘니도’(El Nido)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중국을 대표하는 크래프트 비어 펍을 언급할 때 빼놓지 않는 곳이다. 중국 수제맥주뿐 아니라 미국 버지니아의 ‘애슬린’(Aslin Beer), 벨기에 ‘칸티용’(Cantillon) 등 전세계 대표 양조장 맥주를 함께 소개해 주민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전파하려고 노력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수제맥주 펍 ‘AS IS’. 세계 각지의 유명 수제맥주들을 한 자리에서 맛 볼 수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수제맥주 펍 ‘AS IS’. 세계 각지의 유명 수제맥주들을 한 자리에서 맛 볼 수 있다.
As Is NYC와 엘니도는 서로 다른 나라에 있지만 현지에서 쉽게 맛보기 힘든 다양한 맥주를 적극적으로 소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맥주는 다른 술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종류가 많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신제품이 쏟아진다. 세상의 모든 수제맥주를 다 마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개별 맥주 스타일을 대표하는 제품만 두루 맛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별처럼 무수히 많은 수제맥주 가운데 ‘맛도 좋고 의미도 있어 주민들에게 꼭 소개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선별해주는 곳이 바로 크래프트 비어펍이다. 마치 지역사회 미술 세계에서 갤러리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크래프트 비어 문화는 새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중요시한다. 이는 맥주의 라벨과 이름만 바꾼 뒤 과거와 똑같은 스타일의 맥주를 끝없이 양산하는 기업형 맥주와 다르다. 크래프트 비어펍에서 수시로 갱신하는 탭 리스트들은 주민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려는 장인들의 고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우리보다 훨씬 긴 맥주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베이징의 유명 트래프트 비어펍 ‘엘니도’(El Nodo)의 내부.
중국 베이징의 유명 트래프트 비어펍 ‘엘니도’(El Nodo)의 내부.
지역의 크래프트 비어펍은 전 세계에서 다양하고 의미있는 수제맥주를 찾아내 대중에 알리는 플랫폼이다. 베이징 엘니도에서는 ‘집시 양조장’(자체 양조장 없이 외주로 맥주를 생산하는 브루어리) 컨셉트를 가져와 특정 양조장의 맥주들을 대거 선보이는 기획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10월에는 미 캘리포니아의 ‘파이어스톤 워커 브루잉’(Firestone Walker Brewing), 11월에는 버지니아의 ‘애슬린’(Aslin Beer) 제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영국의 맥주 문화를 대표하는 ‘펍’은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의 준말로 선술집이나 음료 판매소를 뜻한다. 그런데 사실 펍은 고대 켈트 문화나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매몰된 이탈리아 고대도시 헤르쿨라네움(Herrculaneum)에서도 찾을 수 있다. 펍이 앵글로 색슨 문화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두루 발견되는 보편적 공간이라는 의미다.
미국 뉴욕의 유명 수제맥주 펍 ‘AS IS’의 수제맥주.
미국 뉴욕의 유명 수제맥주 펍 ‘AS IS’의 수제맥주.
크래프트 비어펍은 우리가 흔히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으러 가는 호프집과 다르다. 고객이 많이 찾는 맥주만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다. 다소 상업성이 떨어져도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실험정신 가득한 맥주도 꾸준히 소개한다. 이는 새로움에 대한 열광과 지지를 근간으로 하는 크래프트 비어 문화의 핵심이다. 시간을 내 동네 크래프트 비어펍을 가 보라. 혼자서 맥주의 맛과 향과 조용히 음미하는 이들과 여럿이 함께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같이 맛보는 ‘쉐어링’(Sharing)에 빠진 이들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여기는 맥주를 좋아하는 누구나 자신의 취향을 존중받는 공간이다. 맥주를 몰라도 괜찮다. 그저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제맥주의 매력을 즐기면 된다.
중국 베이징의 유명 수제맥주 펍 ‘엘니도’(El Nido)의 내부. 중국 전통 가옥인 사합원을 개조했다.
중국 베이징의 유명 수제맥주 펍 ‘엘니도’(El Nido)의 내부. 중국 전통 가옥인 사합원을 개조했다.
(2편에 계속됩니다.)
지효준은: 1995년생. 중국 베이징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맥주의 맛 뒤에 숨겨진 경제와 사회, 문화의 매력을 발견하고 각국을 돌며 ‘세상의 모든 맥주’를 시음·분석·정리하고 있다. ‘글로벌 맥주 플랫폼’을 꿈꾸며 다양한 사업도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 맥주가 ‘폭탄주’ 용도로만 쓰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맥주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데 젊음을 건 ‘맥덕’이다.
지효준은: 1995년생. 중국 베이징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맥주의 맛 뒤에 숨겨진 경제와 사회, 문화의 매력을 발견하고 각국을 돌며 ‘세상의 모든 맥주’를 시음·분석·정리하고 있다. ‘글로벌 맥주 플랫폼’을 꿈꾸며 다양한 사업도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 맥주가 ‘폭탄주’ 용도로만 쓰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맥주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데 젊음을 건 ‘맥덕’이다.
정리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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