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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 레닌 동상 철거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 레닌 동상 철거

입력 2013-12-09 00:00
업데이트 2013-12-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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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한 반감 표출 상징”…경찰, 대규모 난동 혐의 수사

우크라이나에서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무산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8일(현지시간) 성난 시위대가 ‘사회주의의 상징’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을 철거했다.

경찰 대변인은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레닌 동상을 넘어뜨렸다”면서 이들이 극우 민족주의 성향 야당인 자유당(스보보다) 깃발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AFP통신도 얼굴을 가린 30여명이 이날 저녁 수도 키예프 시내 베스사라프스카야 광장에 서 있는 레동상을 쓰러뜨렸으며 이들이 자유당의 푸른색 깃발을 흔들었다고 전했다.

현지TV와 뉴욕타임스의 유튜브 계정 등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시위대가 레닌 동상을 넘어뜨린 뒤 도끼와 망치로 쓰러진 동상을 부수는 장면이 나왔다.

시위대는 3.45m 높이의 레닌 동상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목에 올가미를 씌우고는 케이블을 연결, 10여분간 끌어당긴 끝에 육중한 동상을 쓰러뜨렸다.

높은 주춧돌 위에 있던 레닌 동상은 머리 부분부터 뒤로 넘어지며 땅에 부딪혔고 그 충격으로 바로 목이 떨어져 나갔다.

”저 공산주의자를 목매달아라”라고 부르짖으며 응원하던 1천500여명의 시위대는 동상이 쓰러지자 환호성을 지르며 감격해 했다. 일부는 “다음은 야누코비치 대통령 차례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부서진 레닌상 일부는 1.7㎞ 떨어진 반정부 시위의 주 무대인 독립 광장으로 옮겨졌다. 시위대 앞에 나선 연설자는 의기양양하게 동상의 거대한 손을 흔들어 보였으며 조각난 동상 일부를 기념품 삼아 가져간 이도 있었다.

시위대는 또한 레닌 동상의 발부분 일부만 남은 주춧돌에 우크라이나 국기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옛 소련군에 맞서 게릴라 투쟁을 한 우크라이나 반군을 상징하는 깃발을 내걸었다.

스보보다 당은 “우리당 소속 300여명이 동상을 무너뜨렸다. 이는 소련 점령의 종식과 우크라이나의 독립, 전제적인 과거와의 단절, 역사적 정당성 복구 등을 상징하는 사건”아러고 주장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고 EU와의 통합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공산당은 동상 철거에 “문명과 문화의 영역에서 벗어난 행동”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알렉산드르 포포프 키예프시 국가행정실 실장도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동상 철거를 공공기물 파손 행위로 규정했다.

키예프시 경찰청은 레닌 동상 철거를 비롯한 ‘대규모 난동’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12월에 세워진 이 동상은 키예프 시내에 남은 유일한 레닌 기념물로 알려졌다.

2009년에도 민족주의자들에게 공격당해 얼굴과 왼손 부분이 부서지는 등 수난을 당했다가 우크라이나 공산당에 의해 복원되기도 했다.

이런 내력을 지닌 레닌 동상의 최후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한 명백한 거부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AFP통신도 이번 동상 철거가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나 1991년 소련 공산정권 붕괴 당시 비밀경찰(KGB) 창설자 펠릭스 제르진스키 동상이 성난 군중에 철거된 사건 등 상징적인 장면들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레닌 동상 철거는 이날 오후부터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수십만명이 모여 EU와의 협력협정 체결 무산에 항의하고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시위 주최측은 최대 1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10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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