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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국 요동…하루 새 야권으로 ‘권력 이동’

우크라이나 정국 요동…하루 새 야권으로 ‘권력 이동’

입력 2014-02-23 00:00
업데이트 2014-02-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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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대통령 퇴진·조기대선 선포… 야누코비치 대통령 “국가 전복 쿠데타…사퇴 않을 것” 반발

80여명의 사망자를 내며 3개월여 혼란이 계속되던 우크라이나에서 야권이 주도권을 잡는 방향으로 급속히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 의회(라다)는 22일(현지시간) 유일 합법 권력 기구를 자임하면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과 5월 조기 대선을 선언했다.

수도에서 떠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쿠데타라고 비난했지만 그가 속한 ‘지역당’ 의원들도 속속 탈당하고 있고 군·경도 등을 돌렸다.

여기에 최대 야권 지도자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가 석방돼 대선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야권의 세몰이는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시위대는 이미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 사저 등을 장악하고 자신들이 수도 키예프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의회 “대통령 퇴진, 5월 조기 대선” 선언…대통령 반발

우크라이나 최고 의회는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중대한 인권 침해 범죄를 저지르고 직무를 유기했다며 퇴진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참석 의원 38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여당 측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의회는 또 5월 25일을 대선일로 정한다고 발표했으며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의회에 대폭 분할한 2004년 헌법을 되살리기로 한 결의안도 채택했다.

앞서 의회는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부당수인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원을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

전 의장이 사퇴한 데 이어 집권 지역당 의원이 지금까지 41명이 탈당했다.

군은 “국내 정치적 충돌에 동원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해 적어도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찰을 관장하는 내무부도 시위대 편에 섰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UBR 방송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지켜본 일들은 도둑과 훌리건이 자행한 쿠데타의 전형”이라고 비난하며 “조국의 분열과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 야누코비치, 지지기반 동부도시로 이동…”러시아 입국 시도 실패”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야당측과 정국위기 타협안에 합의한 당일인 21일 저녁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지지 기반인 동부 하리코프로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2일 이 곳에서 열린 지방의회 연합 대회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러시아로 출국하려다 실패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투르치노프 의장은 “대통령이 러시아행 비행기에 타려다가 국경수비대에 저지됐으며 전 검찰총장과 전 세무청장도 도네츠크주 국경을 통해 러시아로 가려다 실패했다”고 말했다.

국경수비대장도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도네츠크에서 비행기 이륙 허가 서류를 확인하는 조사관에게 금품을 주려다가 실패했다고 CNN에 말했다.

국경수비대는 하리코프 주지사와 시장은 출국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UBR 방송 인터뷰에서 “나라를 떠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최대 야권 지도자 티모셴코 석방…”5월 대선 출마” 선언

지난해 말 차기 대선 후보로 옥중 지명된 티모셴코 전 총리는 이날 의회 결의에 따라 수감 2년6개월만에 풀려났다.

직권남용죄로 7년형을 선고 받은 그는 이날 하리코프 교도소 산하 병원에서 석방된 직후 대선출마 의사를 밝혔으며 바로 키예프 독립광장으로 가 시위대를 만났다.

지병인 척추 디스크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10만 군중 앞에 선 그는 “우크라이나는 오늘 끔찍한 독재자와 관계를 끝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며 “야누코비치와 주변 ‘쓰레기’를 독립광장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젊은이들의 심장에 총을 쏘게 한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며 수사 착수를 요구했다.

◇ 야권 시위대 “키예프 시내 통제, 대통령 행정실도 장악”

키예프 시내에선 진압 경찰이 모두 물러났으며 야권 시위대가 주요 관청을 장악하고 질서 유지를 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약탈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야권 시위대는 이날 시내 대통령 집무실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키예프 외곽의 대통령 호화 사저도 시위대 통제 하에 들어가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됐다.

◇동부, 의회 권위 불인정 선언’권력 공백’ 우려도

극적인 사태 전개에도 불구하고 친러(동부)-친유럽(서부)으로 나뉜 우크라이나의 오랜 지역 갈등 때문에 상황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 부재로 인한 ‘권력 공백’ 상황을 누가 어떻게 채워나가느냐를 놓고 새로운 갈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이날 동부에서 열린 지방 의회 연합 대회에 참가한 친정부 성향 의원들은 최고 의회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동부 주지사들도 의회 권위를 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서방과 러시아는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야누코비치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독일·프랑스·폴란드 외무장관에게 전화해 야권 지지자들의 행동을 ‘광란’이라 부르며 EU 측이 이를 멈추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백악관은 티모셴코 석방을 환영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과 EU가 새로 구성되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겠다고 밝혔으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는 국가 단결과 지역 통합 원칙에 따라 모든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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