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좁은 자동차도로. 왼쪽에 교통사고로 망가진 승용차 등을 전시해 루마니아의 열악한 도로 포장 때문에 경제 발전의 발목을 붙잡고 인명이 희생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BBC 홈페이지 캡처
화제의 주인공은 패스트푸드 체인 사업을 하는 스테판 만다치(33)로 고향인 몰다비아 일대의 낮은 도로 포장율 때문에 교통사고가 빈발한다며 4400유로(약 566만원)를 들여 도로를 포장해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개통 행사를 가졌다. 그는 땅덩이가 영국만큼 큰 루마니아에 포장된 도로가 806㎞에 그치는 것을 꼬집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몇주 동안 캠페인을 벌였다. 매주 금요일 15분만 일하던 것을 중지하는 시위를 주민들에게 요구했다.
그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을 단결시키고 싶었다. 자동차도로를 갖는 것이 이상이 됐다”고 말했다. 일부러 통행량이 많은 도로 옆 자신의 사유지 안에 길을 냈다. 수케아바로 불리는 이 일대는 자동차도로가 한 군데도 없다.
루마니아 사업가 스테판 만다치가 제호주머니를 털어 포장한 자동차도로의 개통을 축하하는 테이프를 끊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BBC 홈페이지 캡처
많은 이들이 그의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낮은 도로 포장율은 이 나라의 경제마저 발목을 잡았다. 도로에 접근하기 어려워 국내총생산(GDP)의 2%가 감소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예를 들어 덴마크 가구업체 JYSK는 루마니아에 7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들에게 제대로 물품을 배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문을 닫게 했다.
지난해 루마니아가 개통한 자동차도로는 고작 58㎞ 밖에 안된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으면 5년 안에 1000㎞를 포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이행된 것은 그것밖에 안 됐다. 2016년 남부 트랜실배니아에 새로 닦인 자동차도로는 개통하자마자 보수해야 했고 1년 만에 도저히 안전 문제 때문에 안되겠다고 폐쇄돼 “수치로 가는 고속도로”란 별명을 얻었다.
루마니아는 그 결과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은 도로 사망 사고를 내고 있다. 2017년 10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98명으로 EU 평균의 갑절, 영국의 세 배 이상이었다. 만다치는 “1989년 혁명 과정에 목숨을 잃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이들이 매년 교통사고로 죽는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