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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품위있게 죽으려고 애쓰던 알랭 코크 끝내 스위스에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품위있게 죽으려고 애쓰던 알랭 코크 끝내 스위스에서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6-16 06:48
업데이트 2021-06-1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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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프랑스 남부 디종의 자택에서 연명 치료를 받던 알랭 코크의 모습. 그는 프랑스에서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입법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실패하자 결국 지난 4월 스위스로 건너가 15일(현지시간) 아침 베른의 한 병원에서 조력 자살로 생을 품위있게 접었다. 로이터 자료사진
지난해 8월 프랑스 남부 디종의 자택에서 연명 치료를 받던 알랭 코크의 모습. 그는 프랑스에서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입법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실패하자 결국 지난 4월 스위스로 건너가 15일(현지시간) 아침 베른의 한 병원에서 조력 자살로 생을 품위있게 접었다.
로이터 자료사진
지난해 페이스북으로 음식과 수분 섭취를 완전히 멈추고 숨질 때까지 그 과정을 중계하려다 페이스북이 차단하는 바람에 중단했던 프랑스의 불치병 환자 알랭 코크가 결국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향년 58.

코크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친구 소피 메제드베르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크가 15일(현지시간) 오전 11시 20분 베른에서 그가 바란 대로 품위 있게 숨을 거뒀다고 알렸다. 그의 변호인 프랑수아 랑베르는 “그는 알약을 먹었고,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며 “그가 원하는 대로 끝났기 때문에 아주 좋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품위있게 죽을 권리를 위한 프랑스연맹의 장뤽 로메로 회장은 트위터에 올린 화상 성명을 통해 “고인은 삶을 사랑했던 전사였지만 고통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스스로를 돌볼 수 없자 의사들의 조력을 얻어 숨을 거두길 원했다”면서 “우리는 그의 개인적 싸움을 집단의 싸움으로 전환시켜 삶을 끝낼 법을 갖게 되고 미래의 프랑스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죽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전전하는 일을 막으려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랑스에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안락사 합법화를 요구해 온 코크는 동맥의 벽들이 달라붙는 퇴행성 신경질환의 말기 상태로 30년 이상을 고통스럽게 버텨 왔는데 지난해 7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안락사를 허용하는 입법을 주도해달라고 편지를 보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답하자 페이스북에 자신의 죽음을 생중계하기로 했다. 조력에 의한 자살이 필요하다는 입법 취지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지난해 9월 5일부터 웬만한 병원 못지 않게 치료 시설과 장비가 갖춰진 프랑스 남부 디종의 자택 침대에서 음식과 물, 약을 먹지 않으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이틀 뒤 현지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본인은 AFP 통신에 “더 이상 싸울 능력이 안된다”고 털어놓았다. 지인은 “그가 너무 고통스러워 했다. 그는 여전히 고통 없이 가고 싶어 하지만 그것마저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중계가 무산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연명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이어간 그는 지난 4월 프랑스 하원에 상정된 안락사 합법화 법안이 우파 정당의 반대로 부결되자 조력 자살이 가능한 스위스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불치병 말기 환자가 치료를 중단할 권리, 즉 소극적 안락사는 가능하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약물을 주입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다. 가톨릭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막강하다. 스위스는 조력 자살을 허용해 유럽의 다른 나라 국민들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 스위스나 벨기에, 네덜란드로 건너가 생을 마감하고 있다. 보통 1억원 안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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