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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법원 ‘시리아 고문 지휘자’에 종신형 선고, 보편적 사법권이란

독일 법원 ‘시리아 고문 지휘자’에 종신형 선고, 보편적 사법권이란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1-13 15:41
업데이트 2022-01-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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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시리아 첩보장교로 악명 높은 고문을 지휘했던 안와르 라슬란이 13일 독일 서부 코블렌츠 법원으로부터 종신형을 선고 받는 순간 눈물을 훔치고 있다.코블렌츠 풀기자단 AFP 연합뉴스
전직 시리아 첩보장교로 악명 높은 고문을 지휘했던 안와르 라슬란이 13일 독일 서부 코블렌츠 법원으로부터 종신형을 선고 받는 순간 눈물을 훔치고 있다.코블렌츠 풀기자단 AFP 연합뉴스
 독일 코블렌츠 법원이 13일(현지시간) 시리아의 악명 높은 알카팁 교도소에서 체계적인 고문과 살인 행위를 지휘한 안와르 라슬란(58)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시리아의 국가 주도 고문과 살육에 대해 세계 최초로 형사 처벌이 이뤄졌다. 전쟁 범죄, 집단 살해죄와 같은 반인륜 범죄는 공간의 제약과 공소 시효에 얽매이지 않고 인류 공동의 이름으로 형사 처분한다는 보편적 사법권 개념에 의거해 내려진 판결이다.

 피고인은 ‘지상의 지옥’으로 알려진 다마스쿠스의 이 교도소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밑에서 최고위 보안 책임자로 일했으며, 2011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이들을 무자비하게 고문하도록 지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58명의 살인과 고문, 성폭행에 연루돼 있으며 2011년과 이듬해 사이에 적어도 4000명을 감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라슬란은 2019년 독일 망명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같은 해 체포됐다. 물론 모든 혐의를 부인했으며 자신은 죄수들의 가혹한 처우에 어떤 잘못도 범하지 않았으며 일부 수감자를 도우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출신 인권운동가 와파 무스타파가 지난 2020년 6월 4일(현지시간) 독일 코블렌츠 법원에서 고문과 대량 살해 등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안와르 라슬란 재판이 처음 열리기 전에 희생자들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시리아 출신 인권운동가 와파 무스타파가 지난 2020년 6월 4일(현지시간) 독일 코블렌츠 법원에서 고문과 대량 살해 등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안와르 라슬란 재판이 처음 열리기 전에 희생자들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이번 재판이 특이한 점은 거의 80만명 가까이 독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시리아인 가운데 24명이 공동 원고로 참여한 점이라고 영국 BBC는 지적했다. 이들은 아사드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 만으로 당했던 끔찍한 경험을 공유했고, 인권 변호사들은 그들의 대의를 존중해 시리아에서의 끔찍한 만행들을 다른 나라에서도 재판할 수 있다는, 보편적 사법권 논리를 펼쳤다. 이에 따라 앞의 교도소에서 살아 남은 50명이 증언에 나섰다.

 끔찍한 얘기들이 많았는데 수감자들은 두들겨 맞고 차가운 물 세례를 받기 일쑤였다. 강간당하는 여성도 많았고, 천정에 몇 시간 매달려 있다가 죽음을 맞는 이도 있었다. 손톱이 빠진 이도 있었고 전기충격 고문을 당한 이도 있었다. 매일 끔찍한 비명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는 이도 있었고, 고문하는 이들이 특별한 도구를 이용하거나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지난해에도 다른 시리아 정부 관리 출신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야드 알가립이 나중에 고문을 당해 살해되는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혐의로 4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공동 원고 가운데 와심 묵다드는 2011년에 처음 문제의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지금 독일에 살고 있어 판결 모습을 방청할 예정이다. 시리아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이들도 이민자 구금 센터에서 끔찍한 일들을 겪었고 유럽으로 향하다 바다에 빠져 죽거나 국경 근처에서 얼어 죽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묵다드는 몸서리를 쳤다.
시리아의 악명 높은 알카팁 교도소에서 운 좋게 살아 남은 와심 묵다드(왼쪽), 후세인 그러(오른쪽)는 이번 소송에 공동 원고 24명 중에 한 명이다. AFP 자료사진
시리아의 악명 높은 알카팁 교도소에서 운 좋게 살아 남은 와심 묵다드(왼쪽), 후세인 그러(오른쪽)는 이번 소송에 공동 원고 24명 중에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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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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