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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마리우폴은 생지옥” 최후항전 해병의 편지

[전문]“마리우폴은 생지옥” 최후항전 해병의 편지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2-04-19 01:34
업데이트 2022-04-1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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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매체, 36해병여단장 친필 편지 공개
“기도로는 부족…사탄한테서 아이·여성 구해달라”
“물, 식량, 의약품 없어 부상자 매일 죽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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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36해병여단을 이끄는 세르히 볼리나 소령이 1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프란체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손 편지를 들고 찍은 사진을 보냈다. 2022.4.19  마리우폴 시 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 36해병여단을 이끄는 세르히 볼리나 소령이 1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프란체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손 편지를 들고 찍은 사진을 보냈다. 2022.4.19
마리우폴 시 텔레그램 캡처
우크라이나의 최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최후의 항전을 결의한 해병대 지휘관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다.

도시 외곽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있는 볼리나 소령은 도시 전체를 장악한 러시아군과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함께 대피한 어린이와 여성들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민간위성 업체 막사테크놀로지가 12일 촬영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2022.4.12 막사테크놀로지 제공 AFP 연합뉴스
미국 민간위성 업체 막사테크놀로지가 12일 촬영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2022.4.12 막사테크놀로지 제공 AFP 연합뉴스
볼리나 소령이 전한 제철소 안의 상황은 참혹했다. 물과 식량, 의약품이 없어 부상자들이 매일 죽어나가고 민간인들은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러시아를 “모든 것을 불태우려고 작정한 사탄”에 비유하면서 교황에게 기도 대신 적극적인 중재를 간청했다.

흑해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지난달 초부터 8주 가까이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을 받았다. 한때 45만명이 거주하는 활력 넘치던 도시는 인프라의 90% 이상이 망가져 폐허가 됐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2500명과 외국인 용병 400명이 아조우스탈에 은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군은 전날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결사항전을 택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아조우 연대 등이 마지막 항전으로 벌이고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2.4.14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아조우 연대 등이 마지막 항전으로 벌이고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2.4.14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3일 볼리나 소령이 지휘하는 36해병여단 소속 군인 1026명이 무기를 내려놓고 포로가 됐다고 주장했지만 볼리나 소령은 이를 반박하면서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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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관리들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왼쪽) 교황이 1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이반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멜리토폴 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페도로우 시장은 지난달 11일 러시아군에 납치됐다가 6일만에 포로교환을 통해 풀려났다. 2022.4.19
바티칸 AFP 연합뉴스
다음은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가 영문으로 번역한 볼리나 소령의 편지를 우리말로 옮긴 전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저는 가톨릭 신자가 아닙니다. 저는 정교회 신자입니다. 저는 하느님을 믿으며 빛이 항상 어둠을 이긴다는 것을 압니다.저는 당신이 세계에 보낸 호소를 보지 못했고 최근 당신의 성명을 읽지도 못했습니다. 완전히 포위된 채 50일 이상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적들로 둘러싸인 이 도시의 모든 곳을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위해 쓰고 있습니다.
우크라 마리우폴 거리의 친러 반군 병사들
우크라 마리우폴 거리의 친러 반군 병사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거리에서 한 민간인이 친러시아 반군 병사들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 내 친러 반군 세력은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2022.4.18.
로이터 연합뉴스
저는 전사입니다. 이 나라에 충성을 맹세한 장교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적의 압도적인 전력에도, 전쟁터의 비인간적인 상황에도, 끊임없는 포격과 미사일 공격에도, 물·식량·의약품이 부족하대도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당신은 아마 삶에서 여러 장면을 보셨겠지요.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지금 마리우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본 적 없을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곳이 바로 지옥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포로 된 우크라 군인들
포로 된 우크라 군인들 우크라이나 남부의 요충지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3일(현지시간) 두 손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제36해병여단 소속 군인 1026명이 항복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아조우 연대와 해병대가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우폴 로이터 연합뉴스
매일 여기서 겪는 모든 공포를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가 있는 여성과 아기들은 공장(아조우스탈 제철소)의 벙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배고프고 추워합니다. 그들은 매일 적의 전투기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부상자들은 매일 죽어갑니다. 약도 물도 먹을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당신의 도움이 간절합니다. 기도만으로는 부족한 시간이 왔습니다. 그들을 살려주세요. 극장 폭격(편집자주: 러시아군은 지난달 17일 어린이와 여성 1000여명이 대피한 마리우폴 극장을 공습했다. 극장 앞뒤 마당에는 러시아어로 ‘어린이’라고 쓴 커다란 표식이 있었다.) 이후, 아무도 러시아 점령군을 믿지 못합니다. 세상에 진리를 가져다주세요. 살아있는 모든 것을 불태우려 하는 사탄의 손아귀에서 사람들을 대피시켜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세요.
러시아어로 ‘어린이’ 써놓은 대피소 폭격 전후
러시아어로 ‘어린이’ 써놓은 대피소 폭격 전후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촬영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드라마 극장’ 전경. 건물 앞과 뒤쪽 2곳(흰색 원)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 있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으려고 극장 내부에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왼쪽). 이런 절박한 노력에도 러시아군은 16일 극장을 폭격했고 건물 벽과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오른쪽). 수백명에서 최대 1200명의 민간인이 극장 안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사상자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리우폴 AP·로이터 연합뉴스
당신에게 상기시켜 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마리우폴은 3월 1일부터 포위 공격을 받았습니다. 러시아군은 도시를 완전히 장악하려고 끊임없이 포탄을 퍼붓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리우폴을 지키는 우크라이나 수비군을 돕기 위한 회담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는 마리우폴 수비군들이 살해되면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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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전 50일’ 맞아 대국민연설 하는 젤렌스키
‘항전 50일’ 맞아 대국민연설 하는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 50일째인 14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영상을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항전해온 국민과 자국을 지지해준 여러 국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 제공 영상 캡처 2022.4.15 키이우 AP 연합뉴스
4월 17일,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서 해군 상륙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4월 16일, 마리우폴 시의회는 드론으로 촬영한 파괴된 도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일리치 제철소 주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오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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