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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4년 8개월… 日 ‘미투 상징’ 이토 승소했다

악몽의 4년 8개월… 日 ‘미투 상징’ 이토 승소했다

김태균 기자
입력 2019-12-18 22:46
업데이트 2019-12-1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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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측근 前 TBS간부에게 성폭행당해
적극적 처벌 요구에 사회 비난·냉대받아
법원 “불법적 행위… 330만엔 지급하라”
이토 “저와 같은 분들 따뜻한 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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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이토 시오리가 18일 민영방송사 TBS의 전직 간부 야마구치 노리유키를 상대로 제기한 성폭행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긴 뒤 도쿄지방법원 밖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이토 시오리가 18일 민영방송사 TBS의 전직 간부 야마구치 노리유키를 상대로 제기한 성폭행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긴 뒤 도쿄지방법원 밖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성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사회의 비난과 냉대에 시달려야 했던 일본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상징적 인물 이토 시오리(30·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18일 가해자를 상대로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피해를 당한 지 4년 8개월 만이다.

도쿄지방법원은 이토가 민영방송사 TBS의 전직 간부 야마구치 노리유키(53)를 상대로 2017년 11월 제기했던 1100만엔(약 1억 17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야마구치는 이토에게 330만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야마구치가 “이토의 허위 주장 때문에 언론인으로서 신용을 잃었다”며 요구한 1억 3000만엔 규모의 맞소송은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토는 당시 성행위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음을 충분히 입증한 반면 야마구치는 관련 진술의 신뢰성이 의심된다”며 “이토와 합의 없이 불법적으로 성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토는 로이터통신 인턴이었던 2015년 4월 진로상담을 받을 목적으로 TBS 워싱턴지국장이던 야마구치와 만나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다 의식을 잃은 뒤 성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야마구치를 준강간 혐의로 입건했으나 도쿄지검은 “서로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야마구치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이토는 2017년 5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야마구치의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남성 중심 문화가 특히 강한 일본에서 피해 여성이 대중 앞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여자로서 몸가짐’에 대한 지적과 비난, 냉대, 협박이었다. 결국 이토는 도망치듯 영국으로 이주해야 했다.

야마구치는 아베 신조 총리의 최측근 언론인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그를 불기소한 데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토는 승소 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에 “저와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을, 고립되기 쉬운 성폭력 피해자들을 앞으로 꼭 따뜻한 목소리와 시선으로 대해 달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어 “이번 판결이 하나의 마침표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받은 상처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야마구치는 판결에 대해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않은 만큼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9-12-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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