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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살했다는 건 당신 생각이지”...TV출연 러시아 대사 ‘후안무치’

“우리가 학살했다는 건 당신 생각이지”...TV출연 러시아 대사 ‘후안무치’

김태균 기자
입력 2022-04-10 17:12
업데이트 2022-04-1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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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진 주일 러 대사, ‘학살은 날조’라며 뻔뻔한 주장 일관
반박하는 日기자에게 “그럼 당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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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영방송 T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미하일 갈루진 주일 러시아 대사.  화면 캡처
일본 민영방송 T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미하일 갈루진 주일 러시아 대사. 화면 캡처
“일본 언론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들을 현지 주민들로부터 직접 들었다. 시체도 보았다. 그것을 날조됐다고 말하는 것인가.”(가네히라 시게노리 TBS 기자, 노기 띤 목소리로)

“시신들이 러시아군에게 살해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거짓이다. 러시아군은 무방비 상태의 시민을 죽이거나 길거리에 방치한 사실이 없다.”(미하일 갈루진 주일본 러시아 대사, 태연한 표정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자행한 반인륜적 민간인 학살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일 러시아 대사가 일본 TV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를 완전히 부정하며 거짓말로 일관해 다시 한번 공분을 사고 있다. 기자는 분노했고, 대사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안치소 이송 앞둔 부차 민간인 희생자들 시신
안치소 이송 앞둔 부차 민간인 희생자들 시신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에서 묘지 작업자들이 부차 마을에서 살해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시신을 안치소로 이송하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다. 러시아군이 이달 초 퇴각할 때까지 한 달가량 장악했던 부차에서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22.4.7.
AP 연합뉴스
“(학살 행위를)인정하지 않는다. 원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잔인한 학살, 군사범죄·전쟁범죄를 일으킨 것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정권이다. 러시아의 이미지에 먹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적으로 사건을 날조한 것은 우크라이나 쪽이다.”

미하일 갈루진 주일 러시아 대사는 지난 9일 방송된 일본 민영방송 TBS와의 인터뷰에서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음을 인정하느냐”는 일본의 유명 방송인 겸 원로 저널리스트 가네히라 시게노리(69)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갈루진 대사는 미리 준비한 ‘부차의 진실’이란 제목의 편집영상을 틀며 “(보다시피) 민간인 시신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차에서 민간인이 학살당했다는 것은) 분명히 우크라이나 군과 당국이 자작으로 연출한 조작이다”라고 강변했다.

인터뷰 시작 때부터 심각했던 가네히라 기자의 표정이 본격적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사실상 언쟁으로 변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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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갈루진 주일 러시아 대사를 인터뷰하고 있는 가네히라 시게노리 기자. 화면 캡처
미하일 갈루진 주일 러시아 대사를 인터뷰하고 있는 가네히라 시게노리 기자. 화면 캡처
가네히라 기자가 “우리 동료와 일본 언론인들이 현지에서 실제로 무엇이 있었는지를 주민들로부터 직접 들었다. 시체도 보았다. 그것을 날조됐다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갈루진 대사는 재차 “시신들이 러시아군에게 살해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거짓이다. 무방비 상태의 시민을 죽이거나 길거리에 방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가네히라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갈루진 “그것이 러시아군의 발표이기 때문이다.”

가네히라 “나의 동료들이 취재한 내용이 더 믿을만 하다고 생각해서 말하는 것이다.”

갈루진 “그럼 제발 그렇게 믿어라. 나는 안 믿는다. 그것뿐이다.”

갈루진 대사가 “우리가 공격하는 것은 군사시설뿐이고 민간시설은 없다”고 말하면서 논쟁은 더 발전했다. 가네히라 기자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자 갈루진 대사는 “그것은 당신의 생각일뿐”이라고 응수했다.

가네히라 “내 의견이 아니라, 우리 동료들이 취재를 다녀와서, 이를테면 병원이나 민간시설이 파괴된 현장에서 실제로 눈으로 본 걸 말하는 것이다.”

갈루진 “그런 것이 왜 일어났느냐면 우크라이나군이 학교나 병원에서 시민들과 학생들을 쫓아내고 그곳을 군사거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유엔은 지난 7일까지 사망이 확인된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수를 1626명이라고 발표했다. 여성이 245명, 어린이가 69명이며 831명은 시신 훼손 등으로 성별이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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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영방송 T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미하일 갈루진 주일 대사. 화면 캡처
일본 민영방송 T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미하일 갈루진 주일 대사. 화면 캡처
갈루진 “그들은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의 희생자들이다.”

가네히라 “러시아 전차에서 발사된 대포, 순항미사일 등으로 죽은 것이다.”

갈루진 ““그건 당신이 말하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군사시설만 목적으로 하고 있고 민간시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갈루진 대사는 서방진영 국가들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서방의 민주주의 대원칙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오히려 내쪽에서 묻고 싶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 8명을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재팬’에 올려진 이날 인터뷰 기사에는 러시아와 갈루진 대사를 규탄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6000개 이상의 많은 댓글이 붙었다.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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