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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말자” 거리로 나선 탈레반 치하 여성들…“권리 지켜 달라”

“겁내지 말자” 거리로 나선 탈레반 치하 여성들…“권리 지켜 달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9-03 23:02
업데이트 2021-09-0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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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수십명 거리로 나와 시위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안전 보장하라”
“새 정부에 여성도 참여하게 해달라”
“내 딸 만큼은 나처럼 안 살게” 엄마들 동참

서로 용기 북돋우며 손팻말 들고 거리시위
여성 존중한다던 탈레반 여성 총격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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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교육 기회 부여 촉구하는 아프간 어머니들
여성에 교육 기회 부여 촉구하는 아프간 어머니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2일(현지시간) 여성들이 자신의 딸이 학교에 갈 수만 있다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도 받아들이겠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헤라트 AFP 연합뉴스 2021-09-03
탈레반 치하에도 여성들 대담한 시위…”새 정부에 우리도 넣어야”
탈레반 치하에도 여성들 대담한 시위…”새 정부에 우리도 넣어야”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에 맞서 2일(현지시간) 헤라트시에서‘두려워 하지 말자. 우리는 함께 있다’ 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선 아프간 여성. 트위터 @TOLOnews
여성 인권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20년 만에 재장악한 상황에서 여성 수십 명이 용감하게 거리로 나와 “겁내지 말자, 우리는 함께 있다”고 서로를 독려하며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 일할 기회를 달라”고 외쳤다. 거리로 나선 여성들은 “여성도 새 정부 구성에 참여할 수 있고 사회에서 일하며 공부하며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20년간 진전 무시돼서 안 돼”
“내 딸 학교갈 수 있다면 부르카 수용”

3일 톨로뉴스와 외신에 따르면 전날 헤라트시에서 여성 50여명이 거리로 나와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여성들은 부르카 대신 당당히 얼굴을 드러냈으며 선글라스를 쓰기로 했다. 이들은 서로 뭉쳐 손을 힘껏 들고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지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 일할 기회 그리고 안전을 보장하라”고 탈레반에 요구했다.

이들은 현수막에 “여성의 지원 없이는 어떤 정부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한 참가자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여성의 권리를 지켜달라. 새 정부에 여성도 참여시켜 달라”면서 “지난 20년간의 진전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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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정권에 권리 보호 촉구하는 아프간 여성들
탈레반 정권에 권리 보호 촉구하는 아프간 여성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3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시내에서 탈레반 정권에 그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탈레반의 과거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여성들은 교육 받고 일할 기회를 빼앗기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했으며 강제 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카불 AP 연합뉴스 2021-09-03
여성들은 시위 현장에서 자신의 딸이 학교에 갈 수만 있다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도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자신들처럼 딸이 탈레반에 의해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불행하게 살 수는 없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들은 헤라트 주지사 집무실로 행진한 뒤 탈레반 대원들과 대치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는 여성을 총으로 사살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여성들은 “겁내지 말자”며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아프간 여성들이 과거 탈레반의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받았던 억압을 다시 받지 않고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탈레반은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아프간 여성은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고 취업과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으며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까지 착용해야 했다. 탈레반 전사와의 강제 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여성은 교육을 받았고, 랑기나 하미디(45) 교육부 장관과 자리파 가파리(29) 시장처럼 고위직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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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2021년 8월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거리로 나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진은 죽은 여성의 가족들이 시신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모습.
폭스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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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과 성평등의 후퇴는 막아야 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최연소 여성 시장 자리야 가파리 등 여성 정치인의 소신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트위터 캡처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과 성평등의 후퇴는 막아야 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최연소 여성 시장 자리야 가파리 등 여성 정치인의 소신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충분하다, 이젠 침묵을 깨야 한다”

이날 시위 주최자인 사비라 타헤리(31)는 “(탈레반 집권 후) 지난 2주 동안 집 안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면서 “충분하다.이제 침묵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 “여성도 같이 일하자”고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았다.

자비후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이슬람 율법이 보장하는 선에서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광고판의 여성 얼굴을 검게 덧칠하고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으로 쏴 죽이거나 매질했다.

타헤리는 “겁이 났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앞줄에 서겠다고 말했다”면서 “탈레반은 우리를 거리에서 볼 거라 생각 못 했기에 놀랐고, 우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신들에게 반대하던 이들을 용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신들에게 반대하던 이들을 용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덧칠로 가려진 여성 모델의 얼굴
덧칠로 가려진 여성 모델의 얼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한 미용실 외벽에 걸려 있는 화보 속 여성 모델의 얼굴이 검은색 스프레이로 덧칠돼 가려져 있다. 2021.8.18.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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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 입은 여성
부르카 입은 여성 미군이 완전 철수한 다음날 1일(현지시간) 부르카를 입은 아프간 여성들이 카불 와지르 아크바르 칸 병원 근처를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1-09-01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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