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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군 떨게한 여성 폭격기 조종사 ‘밤의 마녀’ 사망

나치군 떨게한 여성 폭격기 조종사 ‘밤의 마녀’ 사망

입력 2013-07-16 00:00
업데이트 2013-07-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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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데즈다 포포바…852차례 출격해 혁혁한 무공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신출귀몰한 야간 폭격 실력으로 나치독일군을 공포에 빠뜨렸던 여성 폭격기 조종사인 ‘밤의 마녀’ 나데즈다 포포바(91) 옛 소련군 퇴역 대위가 사망했다.

16일 영국 텔레그래프, 미국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포포바 대위가 모스크바에서 지난 8일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포포바 대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으로만 구성된 소련 공군 제588 야간폭격연대에 근무하면서 혁혁한 무공을 세웠다.

1921년 12월생인 포포바 대위는 15세 때 비행 동호회에 가입하고 나중에는 비행학교에서 정식 훈련을 받아 비행 교관으로 일했다. 당시 소련의 비행 동호인 중 4분의 1 이상이 여성이었다.

포포바 대위는 나치독일이 소련을 침략한 후 오빠가 전사하고 고향 사람들을 독일군이 괴롭히는 것을 보고 의용군으로 참전하기로 결심했다.

전쟁 초기에 소련군은 여성 조종사의 군복무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1941년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의 지시로 방침이 바뀌었다.

여성 조종사로 구성된 3개 연대 중 하나였던 제588 야간폭격연대는 4년간 3만 차례의 출격을 통해 2만3천톤 분량의 폭격을 독일군 진영에 퍼부음으로써 나치독일의 소련 침략을 격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나치독일군은 이 연대를 ‘밤의 마녀들’이라고 부르며 두려워했으며, 독일군 조종사는 ‘밤의 마녀’ 한 명만 격추시켜도 독일군 최고의 영예인 철십자훈장을 받을 수 있었다.

’밤의 마녀들’은 합판과 천으로 만들어진 포-2 복엽기(複葉機)가 한밤중에 비행하면서 내는 소리가 마치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독일군 사이에서는 “소련군이 여자 조종사들에게 특수 주사를 놓아서 한밤중에도 마치 고양이처럼 잘 볼 수 있다더라”는 헛소문까지 돌았다.

당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이던 ‘밤의 마녀들’은 매우 힘든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남성 조종사들이 입던 낡은 전투복을 물려받아 입어야 했으며, 조종석에 덮개가 없어서 비행을 할 때면 얼굴이 항상 얼고 손발이 곱았다.

항상 캄캄한 밤중에 출격하면서도 낙하산, 총, 무선통신장치, 레이더 등이 없이 나침반과 지도만 가지고 비행해야 했다. 이들이 몰던 포-2 복엽기는 합판과 천으로 만들어져 있어 독일군 전투기에 요격당하면 종잇장처럼 타 버릴 정도로 허술했다.

포포바 대위는 852차례 야간 폭격에 출격했으며 단 하룻밤에 18차례 출격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격추당한 적도 몇 차례 있었으나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그는 옛 소련 최고의 영예인 ‘소비에트연방 영웅’ 칭호와 레닌 훈장 등을 받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영웅으로 환대를 받았다.

민간인 생활에 복귀해서는 전쟁 당시 만났던 동료 조종사인 세묜 카를라모프와 결혼한 후 본업인 비행 교관으로 돌아가 거의 20년간 일했다.

남편은 소련 공군 상장(上將)까지 진급했다가 퇴역한 후 1990년 사망했으며, 포포바 대위가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은 현재 벨라루스 공군 장성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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