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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1주기… 만화·그림책으로

용산참사 1주기… 만화·그림책으로

입력 2010-01-25 00:00
업데이트 2010-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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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 나란히 출간

누구는 도심의 테러리스트라고 손가락질했다. 누구는 열사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단란한 가정에서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그저 보통 사람이며 우리의 이웃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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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1주기를 되돌아 보는 만화책 ‘내가 살던 용산’과 그림책 ‘파란집’이 보리출판사를 통해 나란히 출간됐다.

‘내가 살던 용산’에는 지난해 1월20일 숨진 고(故) 윤용헌·한대성·양회성·이상림·이성수씨 등 용산 철거민 5명의 삶을 보듬은 작품 5편과 참사가 일어난 당일 상황을 재구성한 작품 1편이 실려 있다. 김성희·김수박·김홍모·신성식·앙꼬·유승하 등 만화 작가 6명이 힘을 모았다.

만화가들은 감옥에 갇힌 철거민들을 면회하고, 참사 유가족들을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물론, 각종 책과 영상, 현장 취재로 사실성을 높였다. 김홍모 작가가 그린 ‘망루’의 마지막 네 페이지에서 철거민들이, 고인들이 꿈꾸던 삶을 들여다 보노라면 그 삶이 너무나 평범한 탓에 가슴이 더욱 시려온다. ‘이렇게 오손도손 행복하게….’

만화가들은 입을 모아 “유가족들을 만나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목소리와 표정이었다.”면서 “우리가 모두 그렇듯 유가족들이 집으로 돌아가 일상의 피로와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가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때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살던 용산’의 판매수익금은 유가족들에게 기부된다. 1만 1000원.

이승현 작가가 그린 그림책 ‘파란집’은 들어가는 글, 나오는 글을 빼면 정말 그림만 있다. 아무런 설명이 없는 민중 판화 형식의 그림만으로도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파란집은 보통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던 공간을 상징한다. 수없이 많던 파란집들은 그러나, 무자비한 강제 철거와 재개발에 밀려 점점 줄어들고, 망루가 되고, 결국 검은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그림을 가득 메우던 검은 연기가 걷히면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아파트 공화국이다. 재개발이 용산 철거민에게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들어가는 글에서 단단한 시멘트 보도블록을 비집고 간신히 돋아나던 파란 잎사귀는, 나오는 글에서 보도블록에 균열을 일으키는 노란 민들레 꽃으로 자라난다. “떠나지 못한 영혼과 남겨진 자의 눈물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하는 이 작가는 희망을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살던 용산’이나 ‘파란집’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치고는 무거운 이야기들이다. 이와 관련, 이 작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림책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개발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산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98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1-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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