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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계속되는 ‘오디션 잡음’ 왜?

국립극장 계속되는 ‘오디션 잡음’ 왜?

입력 2010-03-25 00:00
업데이트 2010-03-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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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audition)은 배우나 음악가가 자신의 기량이 연극이나 오케스트라에 적합한지를 연출자,지휘자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려고 실연을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올해 창립 60돌을 맞은 국립극장이 오디션 때문에 시끄럽다.

 매년 상시 평가를 통해 단원의 역량을 판단하던 국립극장은 국공립 예술단의 공연의 질 향상과 단원 개개인의 기량을 높이기 위해 실효성 있는 오디션이 필요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에 따라 이달 초 오디션을 도입했다.

 하지만,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 대부분과 국립창극단 일부 단원은 “노사협의가 선행되지 않은 오디션에는 응할 수 없다”며 오디션을 거듭 거부해 극장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국립무용단도 26일 예정된 오디션에 50여명의 단원 중 10명 정도만 참석할 것으로 관측돼 국립극장 오디션 거부 사태는 단원들의 대량 징계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국립극장은 오디션에 응하지 않은 단원들에게 지난 22일 징계 의사를 통보했으며 향후 인사위원회를 거쳐 견책부터 정직에 이르는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임연철 국립 극장장은 “오디션은 단순히 기량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인사상 불이익이 전혀 없는데,왜 사태가 여기까지 왔는지 안타깝다”며 “내주 열리는 추가 오디션에 최대한 많은 단원이 응해 대량 중징계까지는 이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립극장 예술노조와 극장 측은 수차례 만나 접점을 모색하고 있지만 노조 측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국립극장의 오디션 잡음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이처럼 오디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밑바탕에는 오디션이 결국 법인화의 도구로 이용될 것이라는 의심이 깔렸다.

 국립극장 예술노조는 25일에도 광화문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극장 측은 구조조정 및 근로조건 변경 시에 노사가 합의하도록 돼 있는 단체협약을 무시하고,불법 오디션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법인화의 걸림돌이 될 노조와 단체협약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오디션을 강행하는 것은 해고 목적의 오디션을 부활시켜 법인화를 용이하게 하려는 사전 길들이기 작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공정한 오디션 실시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를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국립극단의 법인화는 예술을 모르는 극장장과 예술감독이 야기한 경영상의 문제와 책임을 예술인에게 떠넘기는 처사”라고 주장하며,문화부가 현재 추진 중인 국립극단의 법인화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립극장 측은 이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중상모략”이라며 “그동안 국립이라는 울타리에서 안주해온 일부 단원들이 노조라는 이름 뒤에 숨어 단원의 기본 의무를 망각한 채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극장 측 관계자는 “오디션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사람이 극장 측이 마련한 재교육을 받을 경우 근무 환경이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디션을 치르기 전)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라며 “실력이 없으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상식마저도 무시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립극단의 경우 법인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국립무용단의 법인화는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노조가 지레짐작만으로 오디션을 거부하고 있다.전통예술의 경우 저변이 워낙 취약해 관련 단체가 법인으로 독립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은 만큼 법인화 여부가 당장 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통예술계에서도 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 등의 법인화는 아직 이르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이들 단체의 법인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국악계 인사는 “발레,오페라,연극 등은 고정 팬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지만,전통 예술은 우리 고유의 문화임에도 아직 향유층이 극히 얇다”며 “법인화한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임은 뻔한 이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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