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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계층화·세습 등 주류 패러다임 바꿔야”

“교회의 계층화·세습 등 주류 패러다임 바꿔야”

입력 2010-07-14 00:00
업데이트 2010-07-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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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지성운동 나선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

“1980년대 이후 개신교는 강남을 기반으로 한 부의 형성, 축적의 과정과 맞물려서 성장했습니다. 현재 기독교계의 주류와 그 가치가 형성되던 즈음이죠.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부를 쌓아가고, 개인적 성취를 이루는 것이 ‘좋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인식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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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명동 청어람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만난 양희송 대표는 “개신교계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할 경우 2015년 종교인구 센서스에서 가톨릭에도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12일 서울 명동 청어람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만난 양희송 대표는 “개신교계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할 경우 2015년 종교인구 센서스에서 가톨릭에도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류 교계 비판하는 전통적 복음주의자

양희송(42)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주류 개신교계를 비판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좌파’니 ‘자유주의자’니 하는 개신교의 비아냥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그가 제기하는 비판의 언설은 진중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1987년 대학(서울대 전자공학과)에 들어간 뒤 서울대기독인연합을 만들고 학원복음화협회, 기독교 저널 ‘복음과 상황’ 등 여러 단체를 거치는 동안 한 차례도 ‘전통적 복음주의 활동’ 바깥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는 자부가 당당한 비판의 배경에 배어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만난 양 대표는 “1960~70년대만 해도 한국 교회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함께하며 봉사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흐름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 그전까지 존재하던 정치권력과 긴장관계도 해소되고, 사회 참여의 부담도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여의도에 있는 대형 교회에서는 과거 가난한 이도 장로, 집사를 했습니다. 계층을 떠나 함께 어울리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포스트 2007 시대’의 준비다. 이는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의 공헌, 그로 인한 친권력성의 노골화, 공격적 해외선교 등으로 상징되는 외형적 성장의 패러다임이 2007년을 정점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양 대표는 내처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교회의 계층화, 대형교회 세습, 목회자의 윤리 문제 등 많은 무리수를 보면 몰락과 붕괴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독교 자체의 몰락이 아니라 현재 주류 패러다임의 몰락이 될 것입니다.”

그가 택한 것은 기독교 지성운동이다. 청어람아카데미(www.bluelog.kr)는 양 대표가 2005년 가을 설립했다. 기독교 사상과 인문학의 결합을 통해 기독교의 대중적 지성운동을 꾀하기 위한 거점이다. 궁극적 목적은 새로운 기독교적 담론의 형성이다. 그 방법으로는 기독교 사상에 대한 지성적 이해를 위한 활동과 함께 시민사회와 폭넓은 연대 활동을 첫손에 꼽고 있다.

●인문학으로 새로운 기독교 담론 형성

지난달 젊은 인문학자들의 연구모임인 ‘카이로스’, 인문학과 기독교 사상의 결합을 추구하는 ‘인문학과 성서를 사랑하는 모임’과 함께 ‘연구공간 공명’을 만든 것은 그 공식적 출발점이자 몇 년간 공들여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연구공간 공명’은 12일 제1회 지식수련회를 시작했다. 총론 격이라 할 수 있는 강영안 교수(서강대 철학과)의 ‘기독인문학’ 강연을 비롯해 알랭 바디유의 ‘사도 바울’, 손화철의 ‘토플러와 엘륄’ ‘마테오 리치 강독회’ 등 인문학과 기독교 사상을 통섭적으로 종횡무진 넘나드는 세미나, 강연 등이 16일까지 이어진다.

최소한의 학문적 호기심을 갖추고 있다면 기독교 믿음 여부를 떠나 일반 대중들도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실제 세계사적 지성의 흐름으로 볼 때도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시작해 르네상스, 종교개혁 등 일련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신학과 인문학은 불가분의 상호보완 관계를 이뤄왔다.

그는 개신교 내에서 여전히 비주류지만 자신만만하다.

“이제는 개신교의 변화를 준비할 때입니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해 보이지만 변화를 원하는 다음 세대의 요구는 분명하며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준비해야 할 발판은 지성운동이라는 사실도 명확하고요. 스스로 왜 믿고, 어떻게 믿고 있는지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7-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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