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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바티칸으로 떠나는 한홍순 주 교황청 신임대사

15일 바티칸으로 떠나는 한홍순 주 교황청 신임대사

입력 2010-09-08 00:00
업데이트 2010-09-0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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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추기경·교황방한 국민바람 인간적 외교로 충실히 전할 것”

한홍순(67) 주 교황청 신임 대사는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만나기로 약속한 당일에도 새벽 2시 남짓에야 겨우 잠들었다고 했다. 오는 15일 3년 임기를 수행하기 위해 바티칸으로 떠나는 만큼, 준비에 바쁘려니 했지만 오히려 부임지로 떠날 준비는 거의 못했다고 했다.

한 대사를 만난 것은 지난 3일, 아시아가톨릭평신도대회가 한창인 때였다. 20여개 나라 가톨릭 평신도 대표 400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 준비위원장으로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의 사회 또는 세미나 발제 등을 그가 도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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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가톨릭평신도대회 행사중 명동성당에서 만난 한홍순 주 교황청 신임대사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다.
아시아가톨릭평신도대회 행사중 명동성당에서 만난 한홍순 주 교황청 신임대사가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다.


바쁜 행사 도중 잠시 짬을 낸 그지만 자신의 일에 쏟는 열정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지금까지 주 교황청 대사가 직업 외교관 또는 군인이 아닌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는 “주 교황청 대사는 작은 나라(바티칸 시국)의 대사이기도 하지만 그 의미보다는 가톨릭의 총본산으로 도덕의 지주 역할을 하는 종교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라면서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생에 걸쳐 학자로 살아온 뒤 처음으로 공무원-직업외교관의 길을 걷게 되건만,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긴장감보다는 설렘이 훨씬 더 많이 드러난다.

“G20을 개최하는 나라로서 경제력, 국력에 걸맞은 국제사회 의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구촌 공동선을 이루는 일이라면 교황청과 우리 정부가 함께 도덕적 협력을 통해 해야 할 게 많이 있겠죠.”

그는 “정부를 대표하는 것이 대사의 첫 번째 임무인 만큼 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반영하고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가톨릭 신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대사의 임무 수행에 전혀 거스를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주되게 관심을 보이는 현안에서도 에둘러 가는 법이 없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한, 그리고 제2 추기경 임명 문제 등을 얘기하면서도 원칙적이지만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 국민들이 추기경 추가 임명 문제와 교황 방한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이러한 국민적 바람을 충실히 전달하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외교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결국 인간 관계가 제일 중요한 것 아닐까요.”

괜히 엿보이는 자신감이 아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인생 자체가 ‘준비된 주 교황청 대사’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청년 시절 숱한 경제학도들이 대부분 미국으로 유학가는 상황에서 ‘청년 한홍순’은 대학(서울대 경제학과)을 졸업한 뒤 로마로 건너가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36년 동안 한국외대 경제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이제 정년퇴임 뒤 다시 교황청으로 가서 해야 할 일을 갖게 된 것이다.

게다가 1984년부터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으로 활동해온 최장수 위원인 데다, 3년째 교황청 국제감사위원 등을 맡아온 만큼 한 대사 이상의 적임자도 없다. 물론, 교황청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어와 영어 모두 능통하다.

젊었을 적 학업을 위해 교황청과 연을 맺었던 한 대사. 이렇게 늙어서 다시 교황청으로 돌아가게 된 상황에 대해 “역시 하느님의 일에 우연은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감격스러움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죠. 어떤 책을 가져갈까 제일 고심하고 있어요. 너무 많이 가져갈 수도 없고, 적으면 서운하니까 100권 안팎으로 고르려고요. 한국의 사상과 역사, 그리고 교회의 교리에 대한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만 영 쉽지 않네요.”

만남을 정리하며 던진 얘기다. ‘겸손한 당당함’이라는 역설이 현실에서 성립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9-0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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