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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년 전 ‘추노’ 고문서 발굴…추척과정 생생해

550년 전 ‘추노’ 고문서 발굴…추척과정 생생해

입력 2010-09-10 00:00
업데이트 2010-09-1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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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농장을 둔 서울의 권세있는 양반가에서 전라도 영광으로 도망간 노비를 관(官)의 힘을 빌려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550년 전 조선시대 초기의 이른바 ‘추노’(推奴) 문서가 발굴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은 전북 남원시 금지면 택내리에 세거(世居)하는 순흥안씨 안처순(安處順) 종가에 보관된 이 집안 고문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선 세조 6년(1460)에 작성한 노비 추쇄(追刷,추적해 원래 주인에게 돌려줌) 문서를 찾아냈다고 10일 말했다.

 이를 분석한 안승준 한중연 책임연구원은 “이 고문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양반이 지방으로 도망간 노비를 어떤 방식으로 찾아내려 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희귀한 문건”이라고 소개했다.

 관에 제출한 탄원서 일종인 소지(所志)에 속하는 이 고문서는 순흥안씨 집안의 안호(安瑚.1439-1503)가 진사(進士) 시절인 1460년 집안일을 대리하는 노비 검불(檢佛)을 내세워 전남도지사 정도에 해당하는 전라도관찰출척사(全羅道觀察黜陟使)에게 24년 전 영광으로 도망친 자신의 농장 마름(舍音)이자 여자노비인 몰개(毛乙介)와 그의 남편,그리고 이들의 소생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을 찾아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의하면 여자노비 몰개는 경기도 광주 일대에 있던 순흥안씨 집안의 농장에서 노비로 있었지만 세종 18년(1436) 일가족을 데리고 도망쳤다.

 안 연구원은 “문서에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순흥안씨 집안에서는 그 이후 언젠가 몰개 일가족이 영광에 산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니까 24년이 지난 1460년에 순흥안씨 집안에서 몰개 일가족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는 이 탄원서에서 몰개 일가족 4명이 정확히 영광 지역 어느 곳에 사는지를 파악해 주고 도망 기간에 몰개에게서 받지 못한 역가(役價.일종의 세금)를 계산해 받아내는 데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전라도관찰사는 해당 지방수령인 영광군수에게 안씨 집안의 노비 관련 문서를 조사해 그 사실에 따라 추쇄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이 문서에 첨부된 그 처분 내용인 제사(題辭)라는 다른 문건이 밝혀주고 있다.

 안 연구원은 “그동안 권세있는 양반가에서 도망간 노비를 찾으려 했다는 사실은 분재기(分財記.재산상속문서) 등의 자료를 통해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오래되고,전적으로 추노에만 관련된 문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추노 문서는 조선시대 힘 있는 양반 가문이 사적인 이해관계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관의 힘을 빌렸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조선은 전형적인 양반사회였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 문서가 보여주는 ‘추노’는 권력있는 양반이 사적으로 전문 추노꾼을 고용해 도망간 노비를 잡아들였다는 식으로 묘사한 드라마 ‘추노’가 얼마나 역사적 사실과는 동떨어진 ‘상상의 산물’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안 연구원은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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