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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영화] 엄태웅 “전 원래 달달한 남자… 이번역 맞춤옷 같았죠”

[한가위 영화] 엄태웅 “전 원래 달달한 남자… 이번역 맞춤옷 같았죠”

입력 2010-09-17 00:00
업데이트 2010-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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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돌아온 엄태웅

5년 전이다. 드라마 ‘쾌걸 춘향’의 변학도 역으로 오랜 무명 생활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부활’로 도약하려는 시기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별명이 ‘엄포스’. 당시 만났던 그는 연기했던 캐릭터나 외모로 볼 때 주변에선 ‘싸나이’로 여기지만 사실은 감수성이 넘쳐나는 부드러운 남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카리스마 넘치던 그가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눈에, 어깨에 힘을 뺐다. 16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연애 조작단’을 통해서다. 온갖 작전을 동원해 사랑을 맺어주는 시라노 에이전시의 대표 병훈 역을 맡았다. 어느 날 연애에 숙맥인 상용(최다니엘)의 의뢰를 받은 뒤 짝사랑 상대가 자신의 옛 연인 희중(이민정)이라는 것을 알게되며 갈등을 겪는 인물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엄태웅(36)은 이제서야 맞춤 옷을 입은 것 같다며 싱글벙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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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
엄태웅
→지금까지 맡아온 캐릭터 가운데 실제 모습에 가장 가까울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친숙하고 재미 있었다. 또래라면 병훈 캐릭터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이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알고보니 감독님 성격도 비슷하더라. 현장에 나가는 게 무척 즐거웠다.

→그동안 보여주던 캐릭터 하고는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캐스팅 됐나.

-내게 멜로 느낌이 없는 것은 맞는데, 이전 작품인 ‘가족의 탄생’에서 보여준 헐렁한 느낌이 좋아서 캐스팅했다고 하더라. ‘선덕여왕’이 끝날 때쯤이라 무거운 거보다는 가벼운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적당한 시기에 공감이 가는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온 셈이다. 감독님은 촬영 중간 중간 찍은 것을 함께 보며 너만의 느낌이 재미있으니, 네 식대로 하라고 격려해줬다.

→남자들이 보고 많이 반성할 작품이라고 했는데.

-또래의 남자들이 찔리는 느낌이 있을 것 같다. 왜 있지 않느냐. 연애하다보면 남자들은 이기적이 되는 것 같다. 상대를 생각하기보다 자기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를 귀찮다고 여기고….

→선덕여왕에 함께 나온 이요원이 김 감독의 전작인 ‘광식이 동생 광태’에 나왔는데 조언해주지 않았는지.

-아닌게 아니라. 감독님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나랑 매우 비슷하다며 웃더라.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낯을 가리기도 했는데 술 마시며 시나리오 이야기, 연애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굉장히 잘 맞았다. 연애를 하며 실수하고 오해하는 그 많은 것들에 대해 비슷한 면이 있었다. 하하하.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는다면.

-시라노 멤버들이 슬로 모션으로 걸어가는 부분? 모두들 아마겟돈 장면이라며 웃었다. 상용과 희중이 카페에서 만날 때 병훈이 그리스 성악가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었네’를 트는 장면은 정말 좋다. 촬영하면서도 이 장면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그 장면이 있어 ‘시라노’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관객들이 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이 주는 힘도 좋았다.

→영화 속 결론이 마음에 드나. 옛 사랑과의 재결합이 더 낫지 않았을까.

-영화의 결론이 맞는 것 같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을 때 더 큰 실망을 안고 다시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거보다는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잘되기를 바라야 하지 않을까. 병훈이가 희중이를 오랜만에 만나서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자기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본능이나 질투, 그런 느낌일수도….

→실제 사랑에 있어서 병훈과 닮았나. 상용과 닮았나.

-상용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속으로만 생각하고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다. 내 나이 또래에 맞게 사랑도 해봤다. 다른 작품을 찍을 때보다 사랑에 대해 뒤를 많이 돌아보게 된 것 같다. 나도 사랑에 있어서 병훈처럼 많이 모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훈은 ‘남들이 대신 해주는 게 그게 사랑이냐?’고 이야기한다. 시라노, 심하게 이야기하면 사기 아닌가. 의뢰 상대방은 사기 피해자이고.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시라노가 하는 것은 사랑을 이어주는 것뿐이지 영원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지키는 것은 결국 당사자의 몫인 것이다. 의뢰인의 마음이 정말 진실하다면 시라노를 찾아오는 그런 노력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상용과 같은 처지라면, 시라노를 찾을 건가.

-정말 좋은 사람이 있는데, 내 입장에서는 방법이 없고, 또 성사 확률이 높다면 의뢰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하하.

→사랑에 관한 달달한 작품을 찍으며 결혼 생각도 해봤을 텐데.

-예전에는 먼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늦은 이야기가 된 것 같다. 좋은 사람 생기면 당연히 해야 하겠지만 아직도 혼자 있는게 편한 느낌이다. 사실 이쪽 일을 하다보면 바빠서 결혼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물론,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가 손주를 보고 싶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조연으로선 1000만 배우인데, 주연 작품들은 상업적으로 빛을 본 게 없다. 조바심은 없는지.

-주연이니까 책임감도 있고, 왠지 모르게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안 좋은 작품들은 결코 아니었다. 대박 영화는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작품이 잘됐으면 좋겠다.

→차기작에서 다시 카리스마로 돌아가나.

-영화 쪽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드라마를 찍고 있다. ‘닥터 챔프’라고 태릉선수촌에서 근무하는 의사 이야기다. 이달 말쯤 시작할 것 같다.

→1997년 데뷔했으니 이제 중견이다. 엄정화 동생에서 배우 엄태웅으로 우뚝 섰다. 어떤 포부를 갖고 있나.

-양파 껍질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지며 내 안의 모습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내 안에 있는 그 어떤 것을 찾고 싶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010-09-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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