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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히치콕 만나다

伊 히치콕 만나다

입력 2011-06-21 00:00
업데이트 2011-06-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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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마리오 바바 특별전’

‘지알로’(Giallo·노란색)는 1920년대 이탈리아의 한 출판사가 노란색 표지의 장르 소설을 발표한 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싸구려 가판소설을 일컫는 말이 됐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19금(禁) 소설(?)을 ‘빨간책’으로 통칭한 것과 비슷한 셈. 이탈리아의 한 감독은 피범벅 살인과 범죄를 다룬 싸구려 가판소설을 영화로 즐겨 만들었고, 이 같은 ‘지알로’ 장르는 세계 영화사의 유산으로 남았다.

현대 공포영화의 문법을 창조한 ‘이탈리아의 히치콕’ 마리오 바바(1914~1980)의 얘기다. 처음에는 촬영감독인 아버지를 쫓아 조수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일종의 ‘땜빵’으로 두 편의 영화에서 메가폰을 잡은 그에게 제작사에서 찍고 남은 필름과 예산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를 원 없이(?)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

46세의 늦깎이 감독은 데뷔작 ‘사탄의 가면’(1960)을 완성한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마녀가 200년 뒤에 되살아나 자신을 처형한 일족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으로 훗날 팀 버튼의 ‘슬리피 할로’(1999)의 모티브가 된다. 이후 지알로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너무 많은 것을 안 여자’(1963)와 한 여인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창살에 몸을 꽂는 첫 장면으로 유명한 ‘킬, 베이비…킬!’(1966) 등 수작을 쏟아냈다.

그러나 1970년대 계속된 흥행 실패로 은퇴 직전에 몰렸다. 1974년 ‘키드냅트’의 촬영에 돌입했지만, 제작자가 파산해 창고에 묻혔다. 재기를 꿈꾸던 1980년 4월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등졌다.

국내에서는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소개됐던 바바의 작품세계를 다룬 특별전이 기획됐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1일부터 새달 3일까지 이어지는 ‘마리오 바바 특별전’(www.cinemathrque.seoul.kr)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안 여자’ 등 대표작 10편이 상영된다. 이중 ‘사탄의 가면’, ‘블랙 사바스’(1963·오지 오스본이 이 영화에서 착안해 헤비메탈 밴드 ‘블랙 사바스’란 이름을 지었다), ‘블러드 베이’(1971)를 제외한 7편은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다.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된다. 26일 코믹서부극 ‘로이 콜트와 윈체스터 잭’(1970)이 상영된 뒤 오승욱 감독이 ‘스파게티 웨스턴과 바바’를 주제로 시네토크를 진행한다. 30일에는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가 ‘바바의 공포 세계’를 들려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1-06-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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