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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광 작가와 폭식증 군인의 편지 만남

글쓰기광 작가와 폭식증 군인의 편지 만남

입력 2011-06-30 00:00
업데이트 2011-06-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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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소설 ‘생명의 한 형태’ 출간

“오늘 아침, 나는 새로운 유형의 편지를 받았다.”

감각적인 문체와 상상력으로 사랑받는 프랑스 인기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이자 1인칭 자전적 소설인 ‘생명의 한 형태’(문학세계사 펴냄)는 작가가 한 통의 편지를 받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발신처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군 기지. 보낸 사람은 폭식증에 시달리는 이등병 멜빈 매플이다.

전 세계 수많은 독자로부터 엄청난 양의 편지를 받는 극 중 화자 노통브는 이 편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졸렬한 행동인 것 같아’ 노통브는 영어로 번역된 소설을 보내고 잊어버린다.

그런데 ‘이 책을 어쩌란 말이냐’는 불쾌한 내용의 답장이 날아오면서 소설은 초반부터 급류를 탄다.

극 중 노통브는 편지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작가의 심리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매플과 맹렬하게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매플은 전쟁의 공포와 사람을 죽인 죄책감을 이겨내기 위해 폭식을 거듭하는 군인이다. 55㎏으로 입대했지만 180㎏의 거구가 돼 버렸다.

매플은 한 사람분의 체중을 더 짊어졌다는 점에 착안해 자신의 지방 덩어리를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드라고 이름 짓는다.

”세헤라자드는 딱 내 취향이에요. 밤새 내게 이야기를 해 주죠. (중략) 내가 나의 비만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세헤라자드를 상상하는 덕분이에요.”(30쪽)

노통브는 매플의 내면에 큰 호기심을 갖는다. 더욱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매플의 신체를 예술 작품으로 활용하라는 조언까지 하게 된다.

이처럼 소설은 글쓰기광인 노통브와 뚱보 병사 사이에서 오가는 엉뚱한 상상력과 ‘상담 치료’가 불꽃 튀며 진행된다.

또 소설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든다. 작가의 재치 넘치는 말솜씨도 마음껏 지면을 누빈다.

”쿠션을 속에 대고 누빈 소파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연상케 하는 그의 두 눈에서는 바깥세상으로 연결되는 길을 내려고 애쓴다는 흔적밖에는 읽을 수가 없었다. (중략) 살들이 출렁대는 대양 속에 쉼표 모양으로 찍힌 코에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보석처럼 콧구멍이 나 있었다”(123쪽. 매플의 사진을 접한 노통브의 소감)

톡톡 튀는 필력을 과시하던 노통브는 이어 소설 후반부에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마련해 독자를 놀라게 한다.

노통브는 “2009년 2월 바그다드에 주둔한 미군 병사들 사이에 비만증이 유행처럼 번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하고 소설로 쓰게 됐다”고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편지를 소재로 삼은 점과 관련해서는 “나는 휴대전화도 없고 인터넷도 쓸 줄 모른다”며 “전자 우편보다는 손으로 쓰는 매력이 1만 배는 더 좋다. 종이와 펜을 들고 글을 쓰면 언어가 아름다워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책은 만화가 변병준과 가수 호란이 참여한 홍보 영상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약 3분 길이로 제작된 이 영상물에서는 변병준이 동화풍으로 그린 그림 위에 호란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허지은 옮김. 190쪽. 1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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