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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기자의 백스테이지] 뮤지컬 ‘위키드’ 초록마녀의 분장실

[김정은 기자의 백스테이지] 뮤지컬 ‘위키드’ 초록마녀의 분장실

입력 2012-06-25 00:00
업데이트 2012-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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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매일 마녀분장 착색된 녹색 손톱은 열정의 얼룩

뮤지컬 ‘위키드’(WICKED). 초록색이 상징성을 띠는 작품이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초록색 피부를 지닌 주인공 엘파바를 대표하는 색깔이자 오즈의 마법사가 거느리는 에메랄드 시티의 배경도 온통 초록색이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의 여배우 젬마 릭스(28·이하 ‘젬마’)는 4년째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거의 매일 얼굴과 팔 등에 초록색 보디 페인트를 입히다 보니 전 세계 여성들의 피부 불청객 ‘블랙 헤드’ 대신 ‘그린 헤드’가 생겼을 정도다. 젬마는 어떤 과정을 거쳐 초록 마녀 엘파바로 변신하는 걸까. 분장 과정을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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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엘파바 분장 직전 ‘생얼’의 젬마 릭스. ②가발용 캡을 씌우고 피부 전체에 베이스 파운데이션을 바르기 전 단계. ③염소털 브러시와 스펀지를 이용, 얼굴과 손 등에 초록색 보디페인트를 펴 바르는 단계. ④중간 사이즈 브러시를 이용, 얼굴에 땀 방지 크림을 바르는 단계. ⑤투명 가루 파우더로 기초 피부 표현을 마무리. ⑥보라색 아이섀도를 이용, 눈가에 음영을 주는 단계. ⑦젬마 스스로 거울을 보며 립 메이크업을 마무리하는 단계. ⑧메이크업을 끝내고 엘파바용 가발을 뒤집어 쓰는 단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
①엘파바 분장 직전 ‘생얼’의 젬마 릭스. ②가발용 캡을 씌우고 피부 전체에 베이스 파운데이션을 바르기 전 단계. ③염소털 브러시와 스펀지를 이용, 얼굴과 손 등에 초록색 보디페인트를 펴 바르는 단계. ④중간 사이즈 브러시를 이용, 얼굴에 땀 방지 크림을 바르는 단계. ⑤투명 가루 파우더로 기초 피부 표현을 마무리. ⑥보라색 아이섀도를 이용, 눈가에 음영을 주는 단계. ⑦젬마 스스로 거울을 보며 립 메이크업을 마무리하는 단계. ⑧메이크업을 끝내고 엘파바용 가발을 뒤집어 쓰는 단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
분장이 끝난 뒤 의상을 갖춰 입고 엘파바로 변신한 젬마의 모습.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분장이 끝난 뒤 의상을 갖춰 입고 엘파바로 변신한 젬마의 모습.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젬마, 그녀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콜타임(공연 전 배우가 공연장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1시간 정도 빠르다. 젬마뿐만 아니다. 그녀 곁에서 3년간 분장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이너 켈리 리치(이하 켈리) 또한 남들보다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 그녀의 분장을 돕는다. 먼저 피부에 초록색 얼룩이 남지 않도록 얼굴과 목, 팔 등에 베이지 색상의 베이스 파운데이션을 전체적으로 펴 바른다. 그 다음 엘파바의 긴 가발을 뒤집어쓰면 켈리의 손이 바빠진다.

염소털로 만든 큰 브러시를 이용해 화장품 브랜드 맥(MAC)의 보디 페인팅용 물감 ‘렌즈 케이프 그린색’을 전체적으로 젬마의 얼굴, 목, 등에 바른다. 켈리는 젬마의 얼굴은 물론, 귀 안쪽까지 초록색 물감을 촘촘히 채워넣는다.

젬마도 화장대 위에 놓인 스펀지를 집어들더니 물과 물감을 번갈아 입혀 자신의 손에 펴 발랐다. 금세 젬마의 피부가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켈리는 젬마의 얼굴에 크림을 펴 발랐다. 크림은 무대 위에서 배우가 흘리는 땀에 물감이 지워지는 것을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얼굴에는 크림을 바르지만, 손에는 투명한 가루 파우더를 발랐다. 파우더 역시 크림과 같은 효과를 낸다. 젬마가 자신의 손을 잡아보란다. 초록색으로 변한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손에 초록색 물감이 묻어나지 않았다. 젬마는 “이제 나의 피부색은 흰색이 아닌 초록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기초 분장이 마무리됐다.

켈리는 올리브 골드빛 시머를 젬마의 얼굴에 발랐다. 켈리는 “시머야말로 무대 위 엘파바가 본래 초록색 피부를 지닌 것처럼 보이게 해주는 비밀병기”라고 설명했다. 시머가 리얼스킨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것. 켈리는 보라색 아이섀도를 이용, 젬마의 눈과 광대뼈 등에 음영을 줬다. 초록색과 궁합을 이루는 색이 바로 보라색이란다. 이후 켈리는 손에서 메이크업 도구를 모두 내려놓았다. 그러자 젬마의 손이 바빠진다. 젬마는 스스로 아이라인과 마스카라, 립스틱 등을 발랐다. 젬마는 “내가 직접 마무리를 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분장은 정확히 45분이 걸렸다.

공연이 시작됐다. 젬마는 자신의 장면이 아닌 시간에는 무대 뒤에서 대기 중인 켈리에게 달려간다. 켈리는 계속 투명 파우더 등을 이용해 엘파바의 녹색 피부를 유지시킨다. 막간에는 학생 시절이었던 1막과 달리 2막 무대를 위해 눈썹을 조금 더 길게 빼고, 음영도 검은색으로 얇게 깐다. 아이섀도도 더욱 진하게 덧칠한다. 관객에겐 막간이 공연 중 쉬는 시간이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작업시간인 셈이다.

젬마의 손톱 색상은 에메랄드 빛이다. 관객들에게 손톱까지 엘파바로 보이고 싶기 때문이란다. 4년 가까이 거의 매일 초록색 분장을 하다 보니 그녀의 손톱과 턱, 헤어라인 등에는 초록색 물감이 착색돼 얼룩이 남아 있었다. 공연이 끝났다. 다른 배우들은 서둘러 집에 갈 준비를 하지만, 젬마는 30분간 분장을 지웠다. 고된 작업이 아니냐는 질문에 켈리와 젬마는 “분장에 들이는 노력이 큰 만큼 한국 관객들이 엘파바의 초록색 피부에 관심을 갖고 사랑해줘서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kimje@seoul.co.kr

2012-06-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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