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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민 PD “안주하면 ‘개콘’도 닳는다”

서수민 PD “안주하면 ‘개콘’도 닳는다”

입력 2012-07-21 00:00
업데이트 2012-07-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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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8개월째 ‘개콘’ 연출..최근 코너 재정비

KBS 2TV ‘개그콘서트’와 함께한 지난 1년 8개월은 그에게 특별했다.

처음 1년 남짓은 ‘개콘 PD’로 숱한 스타를 배출했지만 최근 몇 개월은 그 자신이 ‘스타 PD’ 대열에 올랐다.

이름 석자 앞에 ‘못생긴’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20일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개콘’의 수장 서수민(40) PD를 만났다.

그는 “짜고 하는 건데 자꾸 나를 못생겼다고 하는 박성광이 점점 미워지더라”며 웃었다.

’용감한 녀석들’의 박성광에게 서수민 PD는 ‘제물’이었다.

박성광은 매주 서 PD의 외모와 성격을 거침없이 비난하며 개그맨의 저항정신을 보여줬다. 덕분에 서수민 PD는 이름만으로도 시청자를 웃기는 PD가 됐다.

”원래 성광이가 2-3주만 저를 주제로 잡고 다른 PD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파업이 겹치면서 그러질 못했어요. 저랑 미리 얘기가 되긴 했지만 그 친구도 하다 보니 진짜 나쁜 생각을 하면서 개그를 짠 것 같아요. 나중에는 저도 못 견디겠더라고요. 박성광이 너무 싫었어요.(웃음)”

서 PD 역시 편집권과 인사권을 앞세워 응징에 나섰다. 대결이 고조되던 지난주 두 사람은 합의 하에 대결을 그만 하기로 했다.

서 PD는 “애초 코너 의도가 두 사람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지금 방송의 현실을 보여주려던 것”이었다며 “나름대로 충분히 보여준 것 같아 우리끼리 쫑파티를 하고 감정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일에서 손을 뗀 파업기간 본의 아니게 이름 석자를 떨친 그는 업무에 복귀한 후 대대적인 코너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달 말부터 ‘멘붕스쿨’ ‘정여사’ ‘여배우들’ 등 새 코너들을 대거 선보였고, ‘비상대책위원회’ ‘사마귀 유치원’ 등 간판 코너들을 폐지했다.

’안주하면 개콘도 닳는다’는 지론 때문이었다.

”이렇게 계속 가면 개그맨들도 지루해지고 이미지가 닳게 돼요. 한 가지에 안주하면 다음이 없는 거죠. 아깝지만 쳐내주는 게 헝그리 정신을 부여하는 데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코너 정비에 나선 지 3주 남짓 됐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코너는 아직 찾기 힘들다. 연출자로서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작년 이맘때 시청률이 14-15%였어요. 그때는 아무도 ‘개콘’이 망했다고 안 했어요. 그런데 지난 2주간 시청률 19%가 나왔는데 망했다고 하더라고요. ‘비대위’나 ‘사마귀 유치원’ 같은 코너가 빨리 나와주길 바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서 PD는 “기대에 빨리 부응해야겠지만 차분히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변의 높아진 기대가 때로 부담스럽지만 어찌 보면 이 모두가 그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작년 하반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끈 주인공이 바로 서 PD이기 때문이다.

최효종, 김원효, 김준현 같은 ‘개콘’의 스타들이 방송가와 광고계를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는 그다.

”’개콘’은 집단성이 크기 때문에 개그맨들이 소모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전에는 이미지 소모를 우려해 외부 출연을 제약했는데 그러면 개그맨 생활이 어려워져 ‘개콘’을 떠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개콘’이 크기 위해서는 개그맨 하나하나가 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개그맨들을 부각하기 위해 내용 위주의 코너 제목을 개그맨 위주로 바꾸고, 소위 잘 나간다는 개그맨들은 대놓고 칭찬하며 다른 개그맨들에게 자극을 줬다. 여기서 칭찬의 방식은 크게 웃어주기다.

”’네가지’ 리허설 때 김준현이 하는 걸 보면서 껄껄 웃어요. 그러면 나머지 3명이 ‘어, 저봐라’하는 눈빛으로 보죠. 개그맨들한테는 웃어주는 게 가장 큰 칭찬이거든요.”

또 하나 그가 원한 것은 풍자를 개그에 녹이는 것. ‘용감한 녀석들’이 MBC 파업 사태를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MBC가 잘 되면 사실 저도 피곤해요.(웃음) 그렇지만 잘 안 되면 서로 발전이 없을 겁니다. ‘개콘’ 코너들 중 하나가 방송계를 다루는 게 크게 잘못됐다고는 생각 안 해요.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는 ‘개콘’의 수많은 소재거리 중 하나거든요.”

회사에서 눈총을 받지 않았느냐는 걱정에 “회사가 나를 내놓았나 보더라”며 “위에서 뭐라고 하면 얘기할 것까지 준비했는데 너무 없어서 서운할 지경”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적절한 시점에 시사 풍자를 개그맨들에게 꼭 하게 하려 한다”며 “사람들이 보면서 개그맨들이 생각없이 웃기는 게 아니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995년 KBS 예능 PD 공채로 방송에 입문한 서 PD는 ‘개그콘서트’ ‘폭소클럽’ ‘개그사냥’ 등 코미디 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했다.

그의 남편인 김성근 PD는 시청률 40%를 넘어선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책임프로듀서다.

부부가 합해 무려 60%의 시청률을 KBS에 안겨주는 셈이다.

KBS 입장에서는 ‘효자 부부’라는 칭찬에 그는 “사장님이 우리한테 잘하셔야 할 텐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개콘’의 카메오 교환은 부부의 ‘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지은 작가와 친분도 한몫했다.

최근 KBS ‘승승장구’에서 박 작가가 쓴 ‘내조의 여왕’의 모델이 자신이라는 서 PD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해명할 게 있다며 나섰다.

”극중 천지애(김남주 분)의 특징 중 하나가 말실수가 많은 거였어요. 그게 바로 제 캐릭터지 외모가 아니었어요. 김남주 씨한테 죄송스러웠죠. 제가 특히 사자성어 실수를 많이 해요. 드라마에 나온 ‘토사구땡’이나 ‘어불성토’는 제가 실제로 쓴 말이었어요.”

’개콘’을 시작하면서 그가 가졌던 세 가지 꿈 중 두 개를 이뤘다. 타사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과 개그맨들이 개그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풍토가 그것이다.

한 가지 못 이룬 꿈은 강력한 여자 코너 만들기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 제가 여자 PD인 만큼 여자의 시각도 개그에 담아냈으면 했다”며 새 코너 ‘여배우들’이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콘’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그지만 ‘개콘’이 잘 될 때 후배에게 양보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는 “내가 하고 있으면 다른 후배 PD들이 코미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며 “연말 때쯤 성과가 있을 때 후배한테 프로그램을 넘겨주고 싶다”고 희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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