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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음악과 법의 공통점은 소통 매개체”

이소은 “음악과 법의 공통점은 소통 매개체”

입력 2012-08-12 00:00
업데이트 2012-08-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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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로스쿨 졸업..귀국해 공연 열고 책 출간

선홍빛 블라우스 차림의 가수 이소은(30)은 옷 색깔처럼 한마디 한마디가 무척 열정적이었다.

말투는 신중하고 차분했지만 표정에선 설렘과 생기가 넘쳤다. 10대이던 1998년 1집 ‘소녀’로 데뷔해 청초한 음색으로 ‘서방님’을 부르던 앳된 소녀는 어느새 성숙해 있었다.

지난 2005년 4집을 끝으로 학업에 전념한 그는 2007년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데 이어 2009년 미국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했다.

지난 5월 로스쿨을 졸업하고 이달 귀국한 그는 최근 정동극장 카페에서 만나 “지난달 말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봤다”며 “합격자 발표는 오는 10월이지만 이미 뉴욕 로펌 입사가 결정됐다. 뜻하던 바를 마무리하고 돌아와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웃어보였다.

다시 서울 땅을 밟은 건 다음달 1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 6년 만의 콘서트 ‘헬로 어게인(Hello Again)’을 위해서다.

또 유학 기간인 3년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를 집필한 자기계발 에세이를 이달 중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공연을 열고 책을 내는 건 가수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며 겪은 새로운 경험을 들려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법은 외로운 학문..고립됐지만 행복한 시간” = 로스쿨 진학을 한 건 사실 그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누가 꿈을 물어보면 ‘유명해질 것이고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 했죠. 법정 소재 영화와 책을 좋아해 가족들은 오히려 가수로 빠진 게 의외라고 여겼어요. 부모님은 로스쿨 진학이 제 선택 중 가장 정상적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죠.”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에 불씨를 지핀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지난 2004년 한 방송사의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 출연 때였다.

그는 “두 손녀와 사는 할머니가 내 손을 잡으며 ‘내가 죽으면 어떡하나. 아가씨가 도와달라’고 했다”며 “힘이 없다고 느껴졌고 돌아와서 그날의 기분이 마음에 각인됐다. 막연히 내가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결심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입학 자격을 갖추기 위해 필수 시험인 LSAT(Law School Admissions Test)와 에세이, 추천서 등을 준비하느라 2년을 보냈다. 영어 실력은 초등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한데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토플 만점을 받을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하. 로스쿨 생활은 첫 번째 시험부터 매 순간 고비였어요. 심지어 말도 안 되는 페이퍼를 써내 교수님이 면담 신청도 했고 현직 판사, 변호사가 가르치는 수업에서는 논리가 막혀 혼나기도 했죠. 혼자 운 적도 많아요.”

그러나 그는 집중력을 높이려고 한국 소식을 끊고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켰다고 했다. 시카고 미시간 호수 옆에 살아 아침에는 창밖에 호수가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 살았지만 마음의 부담과 압박이 심한 모순된 상황이었다고 했다.

”가족, 음악처럼 익숙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과 분리된 상태에서 가장 꽃다운 나이에 고립돼 있는 게 힘들었어요. 외롭고 시린 경험이었지만 돌이켜보면 30년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에요. 대학 동기들에게도 ‘자식에게 변호사가 되라곤 안 해도 로스쿨은 가라고 할 것’이라고 말해요. 법 공부라기보다 절 내려놓고 바닥을 채운 인생 공부가 된 시간이거든요.”

법학의 매력은 뭘까.

그는 “법은 외로운 학문”이라며” “의뢰인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하는 혼자 하는 싸움이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할 것 같지만 부모님과 전화 통화하며 울고불고 좌절하기도 했다. 졸업할 때 부모께 쓴 편지에서 ‘로스쿨 졸업은 내 노력 30%, 가족 노력 70%’라고 얘기했다”고 웃었다.

◇”그리웠던 무대..성장담 기록한 책” = 귀국 후에도 그는 공연과 책 출간 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다음달 공연을 위해 밴드 연주자들을 모아 연습하고 게스트 선정 등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신경 쓸 부분이 많다고 했다.

”뉴욕에서 변호사 시험을 보고 시카고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곡목 선정은 마쳤어요. 밴드 연주자는 예전에 함께 하던 분들이 참여하지만 연습을 해야 하죠. 또 곡목 사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공연 스태프와 회의도 해야 해요.”

”무대가 그리웠다”는 그는 “미국에서 노래하고 싶어 노인복지시설 봉사 활동에 가거나 성당 봉사 활동에 참여해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10대 시절의 히트곡부터 베란다프로젝트의 ‘기필코’, 패닉의 ‘로시난테’ 등 미국 생활에서 마음을 치유해준 곡들, 틈틈이 쓴 신곡을 들려줄 계획이다.

책 제목과 출간일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그는 “사실 로스쿨 합격 전 출간 제안을 받았는데 이후 구체화 돼 3년간 일기처럼 꾸준히 썼다”며 “로스쿨의 노하우가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직장인이 된 내 친구들도 ‘이 나이에 다시 뭘 해’라며 도전이 두렵다고 하는데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미국에서 경험한 제 좌절담이 무척 많아요. 로스쿨 시험에서 전체 꼴찌를 해 충격을 받은 이야기는 일부분이죠. 하하. 제 성장담이 고스란히 담겨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기록이기도 해요.”

◇”국제중재 변호사 꿈..미국서 음악 활동도” = 그러나 가수로 국내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다음 달 셋째 주께 미국으로 출국해 뉴욕에서 살 집을 마련하고 뉴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할 계획이다.

그는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출지 묻자 “국제법과 국제중재”라고 진로를 뚜렷이 밝혔다. 지난 2009년 로스쿨로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국제법, 인권법, 저작권법 등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했을 때보다 구체화 됐다.

”환경법을 파려고 연방정부기관인 환경보호국에서 인턴을 하고 저작권, 지적재산권에 대한 공부도 했죠. 하지만 전 국제적인 분쟁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지난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상사중재모의재판대회에서 상도 받았죠.”

그는 이어 “아직은 햇병아리여서 여러 분야를 경험하겠지만 내가 일할 로펌이 기업 간의 계약 분쟁 등 국제적인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어서 기대된다”며 “열린 마음으로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동반자라는 음악에 대한 끈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음반을 내기 어렵더라도 음악은 계속 할 생각이에요. 뉴욕에 있는 언니(줄리어드음대 출신 피아니스트 이소연.33), 주위 예술하는 친구들과 힘을 모아 비영리 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 깜짝 공연도 열며 저만의 색다른 삶을 살 겁니다.”

변호사와 가수란 두 직업을 젊은 나이에 이룬 그에게 법과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음악은 나의 사랑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할 것, 법은 지금 마음속에 정말 잘하고 싶은 분야”라고 했다.

”음악은 너무 사랑해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요리지만 법은 제가 느끼지 못한 맛을 깨닫게 해준 특별한 요리죠. 그래서 무대는 편하고 ‘내 공간’이란 확신이 있지만 법원에서 국제 중재를 할 때는 여전히 떨리고 불확실해요. 최대한 빨리 변호사로도 가수 때처럼 자신감을 가진 실력자가 되고 싶어요.”

그러나 그는 음악과 법의 공통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둘 다 소통하는 매개체죠. 음악은 사람의 마음, 법은 사람의 삶을 연결해줘요. 분쟁이 생기면 소통이 끊기잖아요. 아버지가 제게 써 준 편지에서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사람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인간 사의 갈등을 풀어주는 책임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하셨죠.”

외로웠던 시간만큼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을까.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겠지만 결혼은 지금 제 관심 분야가 아니에요. 다시 돌아가면 예전의 절 접어두고 의뢰인에게 서비스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죠. 하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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