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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김홍도·심사정의 손끝서 새하얀 백로, 노란 나비 노닐다

정선·김홍도·심사정의 손끝서 새하얀 백로, 노란 나비 노닐다

입력 2013-02-27 00:00
업데이트 2013-02-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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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화조화전’-새달 12일부터 서울 동산방화랑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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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세기 중국과 일본에는 이런 그림들이 많은데, 주로 상업적인 유통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은 성리학적인 관념 때문에 많이 막혔죠. 조선 후기 들어 정원을 호사스럽게 꾸미는 취향이 널리 퍼졌거든요. 그런 걸 그린 그림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거기다가 우리 자신도 유학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쳐다보니 산수화보다 격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측면도 있고요. 우리도 이런 예쁜 그림들을 그렸다는 걸 좀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년 전부터 전시 준비를 도운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말이다. 3월 12일부터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개막할 예정인 ‘조선후기 화조화전’. 꽃, 벌레, 새, 나비 같은 것들이 가득한 그림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가 화사하니 예쁘다. 박우홍 동산방 화랑 대표는 “소장자들을 설득한 끝에 이번에 특별히 공개하는 것으로 그간 실물로 알려진 적이 없는,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겸재 정선(1676~1759)의 백로도첩. 일단 가로세로가 41㎝, 65.2㎝로 자그마한 화첩 수준의 그림보다 3~4배는 크다. 거기다 10폭 그대로 고스란히 남았다. 쪽물을 들여 종이가 파랗다. 백로는 하얗기 때문에 하얀 종이 위에 그리기 위해 보통 옅은 먹색을 바탕에 깔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거기다 파란색이기 때문에 하늘과 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바탕색에 구애받을 필요없이 먹을 쓸 수도 있다. 늘 따라붙는 진위 논란에 대해 이 교수는 “난세를 맞아 겸재가 친구 이병연에게 그려준 것이라는 내용의 발문이 붙어 있는데, 백로는 머리에 하얀 털을 이고 있어 높은 선비를 뜻하는 것이어서 아마도 ‘이인좌의 난’으로 어수선하던 분위기 속에서 겸재가 친구에게 굴하지 말고 큰 선비가 되라는 뜻으로 그려준 게 아닌가 짐작된다”고 말했다.

단원 화첩도 흥미롭다. 단원 김홍도는 보통 경기도 안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안산시는 행정구역으로 단원구를 마련해 뒀다. 근거는 단원의 스승 표암 강세황이 죽은 아내를 기리며 지은 행장에서 찾는다. 아내가 죽은 뒤 괴로워 안산에 내려와 살았다는 구절이 있는데, 표암 집을 드나들며 그림을 배웠을 터이니 단원이 안산 사람 아니겠는가 추측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화첩에 실린 발문을 보면 단원을 일러 “낙성(城)의 하량(河粱) 사람”이라 설명하는데 낙성은 서울이고 하량은 지금의 청계천 복원 공사 끝에 놓인 관수교 자리를 말한다. 이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단원이 대대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무인 집안 출신이라는 추론이 나오는데 하량, 지금의 을지로 부근이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면서 “때문에 표암이 서울에 자주 올라와 머물렀고 단원이 여기서 그림을 배웠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산 출신이라 단정한 것이 조금 성급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이번 전시를 위해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장, 이정우 한국관상조류협회장 등을 통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식물과 조류에 대한 검증까지 받았다. 한국 동식물을 그린 그림으로만 전시작을 한정했다.

중국 화첩을 보고 그린 난초 그림으로만 알았던 흥선대원군의 그림이 실은 제주 난을 그린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또 창강 조속(1595~1668)의 그림을 통해, 17세기부터 이미 조선의 사물을 조선인의 입장에서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을 찾아냈다. 전시작 가운데 가장 화사한 것은 아무래도 현재 심사정(1707~1769)의 작품들이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02)733-5877.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2-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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